충청북도 정도 120주년
충청북도 정도 120주년
  • 박상일 <청주문화원·수석부원장>
  • 승인 2016.08.04 17: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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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박상일 <청주문화원·수석부원장>

어제 8월 4일은 충청북도가 생긴지 120주년 되는 날이었다. 1896년 8월 4일부로 전국을 13도로 나누는 지방행정 개편에 따라 충청북도가 첫 탄생한 것이다. 정도 백주년 때는 한동안이나마 떠들썩했었는데 요즘은 기념행사는 고사하고 충북도의 생일마저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인다. 나중에 생겨난 특별시나 광역시를 제외하고 전국 13도가 같은 날 생일을 맞이하다 보니 의미가 다소 희석될 수도 있겠지만 충북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중요한 날임에는 틀림없다. 도청 마당 정자에 조촐한 생일상이라도 차려놓고 지난 120년을 되돌아보며 충북도의 미래를 위해 자축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충청북도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요충에 자리하여 시대적인 변화를 많이 겪었다. 삼국시대에는 삼국의 각축장이어서 백제 고구려 신라가 번갈아 세력을 떨치거나 또는 동시에 삼분하여 정립했고 통일신라 때도 전국을 9주로 나누어 통치하는 가운데 충북지역은 상주 한주 삭주 웅주 명주에 속해 5개의 주에 나뉘어 속했다. 그러나 충북에는 충주의 중원경과 청주의 서원경이 설치되어 문화적인 중심이 형성되었으므로 후일 충북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고려시대에 들어서 지금의 충북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995년(성종 14)에 중원도를 설치했고, 1106년(예종 1)에 지금의 경기지역인 관내도와 충남지역인 하남도를 합쳐 양광충청주도라 했다가, 1172(명종 2)에 드디어 중원과 하남을 합쳐 충청도라 하니 충주와 청주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합성 지명이다. 이후 양광도라 하다가 조선 건국 초인 1395년(태조 4)에 충청도로 굳어졌다. 이후 편의상 충청좌도와 우도로 나누어 부르기도 했지만 행정적인 구분은 아니었다. 충북이 좌도이고 충남이 우도였는데 그것은 서울에서 볼 때 각각 좌측과 우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갑오개혁 시기인 1895년 5월에 8도를 폐지하고 전국을 23부로 개편했다. 종래의 행정구역이 부·목·군·현 등으로 복잡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군으로 단일화시킨 것이다. 충청도는 없어지고 충북의 북부는 충주부에 속하고 청주를 포함한 남부는 공주부에 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23부제는 뿌리 깊이 박힌 8도제를 무시한 인위적인 개편이었으므로 이듬해 13도제로 다시 개편되었다. 건양 원년(1896) 8월 4일에 칙령 제36호로 「지방제도와 관제 개정에 관한 안건」을 반포하고 당일부터 시행함으로써 오늘날의 충청북도가 처음 확정된 것이다. 충북은 18개 군으로 개편되고 관찰부 즉 도청은 충주에 두었다. 전국의 군을 호구수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었는데 충주와 청주는 1등군이고 옥천과 진천이 3등군, 단양 영춘 제천 청풍 연풍 괴산 음성 청안 문의 보은 회인 청산 영동 황간은 4등군이었다. 이후 1914년에 다시 10개군으로 개편되어 대체로 오늘에 이른다.

충청북도가 생긴 이래 실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충주에 있던 도청을 청주로 옮긴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일제강점에 이은 국토분단과 민족상잔, 그리고 폐허에서 일으킨 눈부신 경제성장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의식주문화가 송두리째 바뀌었고 유구한 역사의 면모를 자랑하던 읍성과 관아건물 등 전통도시의 아름다운 풍광은 말살되었다. 농촌풍경도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마주하던 모습은 풍속화첩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소금 실은 황포돛배 드나들던 금강과 남한강 뱃길에는 대청댐과 충주댐이 건설되고, 남부여대하던 오솔길은 신작로로 바뀌더니 이내 사통팔달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충북을 더욱 국토의 중심에 놓았다. 청주국제공항을 통해 세계로 통하는 충청북도의 12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잃는 것은 최소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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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재 2016-08-05 16:05:46
좋은 글 덕분에 충청북도의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