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알기 위해 시간을 견디는 일
정확히 알기 위해 시간을 견디는 일
  • 김동휘<청주시 상당구 주무관>
  • 승인 2016.08.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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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김동휘<청주시 상당구 주무관>

올해 초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당구청으로 발령 난 지 한 달이 채 안 됐을 무렵이다. 질문의 대략적인 내용은 체납된 교통유발부담금을 납부함으로써 압류를 해제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한 달 동안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민원인에게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민원인이 통화를 끊기 전에 한마디를 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세금이라고 말씀을 하시던데 이건 부담금 아닌가요? 조금 정확히 아시고 말씀해주셔야 될 거 같은데…” 여차저차 둘러대며 겨우 통화를 끝내고 나니 민원을 넘겼다는 안도감 대신 정확히 알고 답변을 한 것이 아니라 허겁지겁 상황을 모면하기 바빴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들었다.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을 무리 없게 기능 하도록 하는 행정은 늘 짐작보다 견고하다. 그 때문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업무들을 단기간에 익히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이 아직 손에 설어 앞으로 그 업무를 어떻게 배워나갈지 걱정을 가진 후배에게 선배들이 하는 조언은 언제나 한결같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어찌 보면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건 그 시간의 양에 핵심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선배들의 한결같은 조언은 과거에 본인들이 고생하며 겪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경험에 기초했을 것이다. 꾸준히 노력하며 그 시간의 양을 묵묵히 견디는 태도와 많은 시간의 양을 관통하면 본인이 맡은 업에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믿음. 그러한 태도와 믿음을 가진 채 일을 차근차근 익히는 것이 업무를 익히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길인 셈이다.

일을 익히기 위해 일정 시간의 양을 견디지 않는다면, 처음에 언급한 나의 부끄러운 행동처럼 업무를 어느 정도 안다는 인상으로만 처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처리한 일의 결과는 어떨까. 정확한 정보 없이 인상으로 익힌 업무의 무력함은 과거 각종 재난에 대처했던 행정에서 그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정확히 알지 못하고 처리하는 행정은 행동 없는 구호에 불과하며 이는 곧 국민의 불신을 싹 틔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어제보다는 오늘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일하는 사람과 어차피 노력은 무용하다고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의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어떨까. 분명한 것은 결과가 대동소이하더라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스스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는 것이다.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자는 마음과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사람이 되자는 사소한 다짐을 가지고 오늘도 힘차게 업무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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