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
모난 돌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6.08.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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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심억수

지난 휴일 미동산 수목원에 갔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세분 선생님과 함께 테마가 있는 탐방로를 따라 걸었다.

산림환경생태원에 들려 수목원의 역할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수목원은 다양한 유전자원을 수집 보전한다. 식물유전자의 가치를 지속시키는 연구를 한다. 수목의 관리와 전시로 식물과 관련된 지식을 널리 알린다. 건전한 산림환경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곳이 수목원이란다.

암팡진 매미의 노래가 8월을 뜨겁게 달군다. 숨 막히게 토해내는 매미의 애절함에 젊은 날의 초상이 새록새록 초록 잎에 매달린다. 초록색은 싱그러움이다. 생명력이다. 나뭇잎은 불볕더위에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고 더 푸르다. 열정으로 보냈던 내 젊은 날이 생각난다. 그때 그 간절함과 애절함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나의 꿈들이 지금 익어간다.

미동산 수목원은 산림청 공립수목원 제35호로 지정되었다. 미동산은 체험을 기반으로 살아있는 지식을 창출하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단다. 수목원체험, 목재문화체험, 산림체험교실 등 다양한 체험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환경생태원, 산야초 전시원, 나비체험원 등 새로운 환경 교육장으로 청주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행은 해설사의 안내로 습지원을 향해 걸었다. 습지에는 갈대, 억새, 옥잠화, 꽃창포가 서식하고 있다. 습지를 지나 정이품 소나무의 자목과 망개나무 등 희귀 유전자원을 보존 번식하는 구역을 둘러보며 문학의 오솔길로 향했다.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초록 터널을 걷는 세분 선생님을 바라보니 발걸음이 가볍다. 세상을 바로 보는 방법을 말없이 나에게 알려 주시는 분들이다. 세분 선생님의 바지는 검은색이다. 각자 티셔츠의 색상이 다르다. 감히 복장으로 세분 선생님의 사상과 품성을 논할 수는 없지만, 나의 짧은 생각을 피력해본다.

팔순을 바라보는 류 선생님은 밝은 보라색 상의를 착용하였다. 정력의 빨간색과 숭고함의 파란색을 혼합한 보라색은 장엄함, 풍요로움, 호화로움을 상징한다. 선생님은 수신제가의 표상이다. 지역의 어른으로 매사 여유롭고 긍정적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혜안으로 상대를 배려하신다.

희수를 앞둔 류 선생님은 명랑함, 생동감, 즐거운 느낌을 주는 노란색 상의를 착용하였다. 선생님은 목민심서의 덕목을 몸소 실천하신 공무원의 본보기셨다. 늘 웃으면서 겸손의 철학과 소신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신다.

칠순을 향해가는 유 선생님은 지성과 효율성, 성숙의 의미를 담고 있는 회색 상의를 착용하였다. 선생님은 진정한 언론인의 자세를 보여준 분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적절한 상태가 되도록 조언을 해주신다. 세분의 고매한 인품은 한겨울 눈 속에 핀 청매화이다.

부의 상징 황금색 상의를 착용한 나는 객기와 욕심만 가득하다. 성격이 급하여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매사 한 박자 쉬면서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알겠습니다하면 된다. 후회하면서도 입바른 소리로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 다반사다.

자기감정을 감추고 분위기에 편승하는 삶이 옳은 삶일까? 옳고 그름은 서로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서로 생각이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세분 선생님에 비하면 나는 아직 미완의 그릇이다. 소통하는 마음이 필요한 나는 성숙으로 가는 모난 돌이다. 안전과 평화의 상징 초록빛이 미동산 수목원에 가득하다.

한바탕 소나기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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