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사상으로 교육공동체 가치 세우기
화쟁사상으로 교육공동체 가치 세우기
  • 이성원<단양 매포중 수석교사>
  • 승인 2016.07.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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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눈
▲ 이성원

학교에는 전통적으로 오래된 나무가 많다.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학교일수록 아름드리 나무가 그 오랜 세월을 꿋꿋하게 지키며 숱하게 많은 졸업생을 지켜보고 서 있었으리라.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에 누군가에게도 자신의 존재감을 표나게 드러내지 않으며 사계절을 맞이한다. 가끔은 아이들이 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그늘을 찾아오기도 하고 중년의 여교사들이 점심시간에 운동장 가를 거닐며 잠시 멈추어 올려다보기도 하는 그런 나무이다.

매포중학교에는 70년 된 나무가 한 그루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정한 잎을 매달고 줄기도 굽은 곳이 전혀 없어 설마 70년이나 되었을까 의구심을 품게 한다.

그러나 그 나무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배경을 선택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자리 잡아 누군가에게는 그늘이 되어 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지혜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자신의 남은 인생에 더 나눌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뙤약볕 아래에서도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

올해 들어 70세가 되었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지킴이 선생님이 바로 매포중학교에 있는 또 다른 나무이다. 장학금을 서슴없이 기탁하고 소박한 문구류라도 학생들에게 보탬이 되길 원해 나누는 그는 노년의 베풂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다. 이렇게 충북의 모든 학교에는 학교의 나무처럼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는 지킴이 선생님들이 계신다.

학교에는 무더위와 싸우고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를 이겨내며 박봉을 탓하지 않고 애를 쓰는 급식실 조리원들과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학교행정 지원활동을 오랫동안 펼쳐온 교무실무사와 행정실무사가 또한 그 든든한 배경의 아름다운 나무들이다. 항상 그래 왔기에 평소에는 그들의 존재를 잊고 지내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면 여백이 크게만 느껴지는 분들이다.

21세기적 사고의 전환은 항상 새로움을 찾는 것에만 있지 않다. 합리성에 근본을 두고 있는 전통적인 사고에서도 우리는 소중한 가치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효는 화쟁(和諍)사상을 통해 평화와 화합이 깃들인 신라사회를 건설하고자 대중과 함께 살고 고락을 같이하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더 많은 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에 마음을 기울였다. 정심(淨心)을 갖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근본 이유를 분명히 하며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화쟁(和諍)의 원리가 어찌 실현되지 않겠는가.

이제는 권위보다는 권한의 영역을 강화하여 교육공동체의 가치를 새롭게 해야 할 때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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