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아닌 길을 내며 나는 새
길 아닌 길을 내며 나는 새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6.07.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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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반영호

둥지를 완성하기까지는 꽤 오랜 날이 걸린다. 짚으로 만든 새집을 달아 놓았는데도 인위적인 둥지를 이용하지 않고 지푸라기나 마른 풀잎 북데기를 물어다 보강하는 작업을 아침 일찍 시작하여 날이 저물 때까지 연실 물어 나른다. 한정된 우리안에서 북데기 찾기가 용이치 못한 놈들은 남이 짓고 있는 둥지를 뜯어 가기도 한다. 나쁜 말로 도둑질인데 훔치는 것을 마다않는 것이다 .

제일 먼저 둥지를 완공시킨 놈은 금화조다. 본래 빠리빠리하고 부지런한 놈이기도 하지만 욕심도 있고 뱃심도 좋아 남의 집에서 슬쩍해간 게 많다. 딴에는 암컷이 한쪽 날개도 다쳤고 제일 늦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던 것은 재료를 물어 나르는 일은 건강한 수컷 담당이었기 때문 일 것이다. 제법 둥지가 그럴싸하게 지어지자 알자리에다 자신들의 깃을 뽑아 까는 마감작업을 했다. 제 털이 모자라는지 여기저기 나뒹구는 깃털들과 부드러운 북데기로 바닥을 깐다.

일찍 둥지를 완성한 금화조가 짝짓기에 들어갔다. 수컷은 암컷의 꽁지를 놓칠세라 졸졸 쫓아 다닌다. 집요하다. 그렇잖아도 날개가 좋지 않은 암컷에게 무자비할 정도로 대쉬를 한다. 짝짓기를 위해서 수컷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로 구애의 춤이고 노래다.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취하는 모습을 보면 ‘오! 저것이 스텝이구나.’했다. 다리를 팔딱팔딱 뛰기거나 불안정한 발짓을 연속적으로 취하고 고갯짓과 몸짓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모습은 황홀경이다. 짐작건대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댄스스텝을 만들었지 싶다. 구애의 울음소리는 또 어떠한가. 평소와는 완연히 다르다. 목을 길게 빼어 머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한껏 외쳐댄다.

사랑도 전염이 된다. 금화조가 사랑에 빠지자 둥지도 아직 완성하지 않은 십자매가 짝짓기에 들어갔고 잉꼬, 문조가 덩달아 발정이 왔다. 아직 어린 카나리아만이 어쩌면 우스꽝스럽기도 한 모습과 이들의 울음소리를 괴이한 듯 지켜보았다. 새들은 창피한 것을 모른다. 그저 본능에 의하여 동물의 생리에 의하여 행동한다. 누가 지켜보건 주위 환경이 어떻건 신경 쓰지 않는다. 애원하며 호소하는 듯도 하고 어떤 때는 무지막하고 과격하기도 하며 강제성이 엿보인다. 사랑은 그렇다.

금화조는 우리안의 무리 중 가장 작은 새다. 또 몸집은 작지만 가장 당찬 놈들이기도 하다. 알을 품는 동안도 무리들은 작은 금화조가 만만했던지 계속하여 금화조 둥지를 넘보았다. 수컷 금화조는 상황이 이러하자 북데기를 물어다 혼자 몸만 간신히 드나들 정도의 작은 구멍 하나만 남겨두고 둥지 입구를 꽉 막아버렸다. 입구는 우리로 말하면 담장이고 성이다.

담장이나 성벽은 외부와의 경계이며 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의 최종수단이다. 국가와 백성, 재물과 인명을 보호키 위한 성벽이라면 가족의 안녕과 재산을 보호키 위한 담장, 금화조에겐 날개를 다친 암컷과 암컷이 품고 있는 새끼가 될 알을 안전하게 지키려고 안간힘이다.

미사일방어 무기인 싸드. 성주는 지금 싸드 배치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연일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성자(字) 들어가는 곳이 미사일과 무슨 인연이 있는 건지 한때 음성에 배치된다는 소문에 시끕했었다. 싸드 배치 반대추진위원회가 조직되었고 배치반대 음성 총궐기대회와 서명운동 등 가는 곳마다 싸드 이야기가 나왔다. 싸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현수막과 전단이 곳곳에 나붙고 배포되었는데 성주로 결정되었으니 성주 사람들의 입장을 백번 이해하겠다. 북핵으로부터의 방어체제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무기인 싸드가 국가적으론 꼭 필요한 것이겠지만 성주로선 왜 배치지역이 꼭 자기 땅이냐는 것이다. 성주는 나름대로 반대의 이유가 있다. 전자파로 인한 건강상 피해, 적으로부터의 타켓, 지가 하락으로 인한 재산권 보호 때문일 것이다. 새가 길 없는 허공에 길을 내어 가듯 이유야 어떻든 누가 뭐래도 나름 군익을 위해 답 없는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오늘도 금화조 수컷은 견고한 둥지를 구축하였으면서도 둥지를 지키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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