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샹그릴라를 찾아서
나만의 샹그릴라를 찾아서
  • 유현주<청주오송도서관 사서>
  • 승인 2016.07.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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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주<청주오송도서관 사서>

샹그릴라(Shangri-La)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는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다는 가상의 지상 낙원이다.

소설 속 주인공 휴 콘웨이(Hugh Conway) 일행은 파키스탄 북서쪽 페샤와르로 향하던 중 미스테리한 중국인 조종사에 의해 알 수 없는 곳으로 납치되어 가다가 비행기 불시착으로 인해 히말라야 산맥 너머의 숨겨진 땅 ‘샹그릴라’에 들어가게 된다.

샹그릴라가 위치한 곳은 티베트어로 ‘푸른 달(Blue moon)’을 뜻하는 ‘카라칼’이란 이름의 거대한 설산(雪山)속 신비롭고 평화로운 계곡이다. 이 세상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에 놀란 주인공 일행은, 서양과 동양의 문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샹그릴라의 높은 문화 수준에 감탄하게 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천천히 노화하며 일반적인 수명을 넘어 거의 불멸(不滅)의 삶을 살아간다.

샹그릴라는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으며 모든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되어 평화로운 생활이 가능한 천국 같은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유래한 ‘샹그릴라 신드롬’은 시간적 여유와 경제력을 가진 중장년층들이 단조롭고 무색무취한 삶의 틀을 깨고, 젊게 살아가려는 노력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젊게 살아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젊은이들이 즐기는 놀이나 문화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방식으로 환영받는 것이 ‘여행’이다.

그래서 얼마 전 TV에서 방영되었던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 시리즈’나 ‘꽃보다 누나 시리즈’가 유독 인기를 끌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어느 한 조사에서 1년 동안 안식년을 보낸 사람과 1주일간 휴가를 다녀온 사람의 휴식 효과를 비교해 봤더니 거의 같았다고 한다. 휴가가 끝난 뒤 3주일만 지나면 휴가기간과 상관없이 스트레스 수치가 휴가 가기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귀되기 때문이라고 하니, 스트레스 해소 측면에서 보면 한 번의 긴 휴가보다 짧은 휴가를 자주 갖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우리 직장인들에게 여름휴가는 매우 소중하다. 우리는 늘~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을 꿈꾼다. 그 꿈을 아무 눈치 받지 않고 맘껏 펼칠 수 있는 기간이 딱 여름 휴가철 한철이다. 값지게 얻은 휴가에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행에 매혹되는 걸까. 그건 아마도 낯선 장소가 주는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평소에 못 먹는 걸 먹어보고, 못 입어 보던 과감한 의상을 입고, 평소엔 꿈꾸지 못했던 일탈도 해 본다. 하지만 그런 걸 다 못 해보면 또 어떤가. 그저 그렇고 그런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의 휴식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렇듯 여행은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되찾아주기도 하지만 더 큰 장점은 돌아와 마주한 내 생활의 소소함에 대해 충분히 감사할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닫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 가사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잠재되어 있던 보헤미안적 감성이 깨어난다. 자, 이제 뜨거운 여름! 과감하게 일상을 로그아웃하고 나만의 샹그릴라를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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