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춘 화이팅
정우춘 화이팅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6.07.24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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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지난 19일 충북도 농산사업소 찰옥수수 육종포장에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새로 육성한 410종의 신품종 찰옥수수가 첫선을 보인 것이다. 옥수수 재배농민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같은 행사가 열렸었다. 당시에는 604종의 신품종 중 평가회를 거쳐 맛이 뛰어난 2종을 골랐다. 올해 선택한 1종의 교잡종과 2년 동안 지역적응시험을 거치면 충북을 대표할 신품종 찰옥수수가 마침내 4년 후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까지 걸린 기간이 꼭 12년이다. 앞으로 남은 4년까지 더하면 옥수수 신품종 개발에만 16년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육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신품종 찰옥수수 탄생이 머지않게 된 데는 정우춘 충북도 농산사업소 특성화사업종자팀장의 노력이 컸다. 기자는 정 팀장의 연구를 곁에서 줄곧 지켜봐 왔다. 우직하게 종자 연구에 매달려온 그를 꼭 한번은 칭찬해 주고 싶었다.

기자가 정 팀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5년 괴산 주재기자로 있을 때였다. 당시 정 팀장은 괴산 바이오씨감자연구소에서 씨감자를 연구하는 연구사였다. 그는 양액재배로 10건의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국내 씨감자 연구분야에서는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었다.

이원종 전 지사가 ‘으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감자 역시 정 팀장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괴산 바이오씨감자 연구소가 세워진 것도 그의 연구 결과와 결코 무관치 않았다.

그랬던 그가 하루는 청안면으로 기자를 불렀다. 전국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13종의 옥수수를 갖다 놓고 옥수수 재배 농민과 군의원 등을 불러 놓고 맛을 평가해 달라는 것이었다.

옥수수 연구는 바쁜 남편을 대신해 그의 부인이 맡았다. 씨감자 연구를 곁에서 도우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육종 기술을 밑거름으로 8년 동안 전국의 재래종 옥수수 500품종과 자식세대 2660개통을 수집해 집 텃밭에서 혼자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기자와 정 팀장이 다시 만난 것은 지난 2013년 진천에 있는 옥수수 육종포장에서였다. 괴산을 떠나 농산사업소로 온 정 팀장이 부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옥수수를 종자로 본격적인 신품종 육종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자가 육종포장에 갔을 때 재배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물이 부족할 때는 양수기가 없어 직접 물을 퍼다 밭에 뿌렸고 부족한 일손을 대신해 부인까지 불러내 밤늦도록 같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교잡종 옥수수 604품종을 얻었고 올해 다시 401품종을 얻는 성과를 거뒀다. 선별된 옥수수 3종은 2년간 지역적응시험을 거쳐 신품종으로 등록하게 된다.

신품종 옥수수가 탄생하기까지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옥수수의 대를 거쳐 가며 좋은 품종만을 골라 교배와 교배를 거듭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효자 작목인 괴산 대학 찰옥수수는 특허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 팀장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된다면 충북에는 새로운 소득 작물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 연구소 한 켠에 어린 딸을 재워놓고 부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밤늦도록 연구하던 모습. 아토피에 좋은 기능성 감자를 연구하면서는 자신이 만든 감자를 딸에게 직접 먹여보던 정 팀장. 연구에 미친 사람이라고 걱정하는 기자에게 “고향에 고소득 작목을 하나 육종해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 그의 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삼복더위에 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정 팀장에게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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