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모, 철회가 답이 아니다
국가공모, 철회가 답이 아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7.24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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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지난 22일 국토부는 국립철도박물관 공모방식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을 위한 입지 선정을 놓고 전국 11곳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 과열로 공모 방식을 중단하겠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지역 갈등이 없도록 올해 안에 지자체 간 과열경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최종 입지를 선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결국 ‘지역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란 논리를 내세워 공모 방식을 철회했다.

2014년부터 추진된 1000억 원대의 국가공모사업이 정부 주도방침으로 선회하면서 공모가 물거품이 된 순간이다. 더구나 충북과 대전, 의왕으로 후보 지역이 압축된 상황에서 공모를 준비해 온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노력도 허사로 돌아갔다.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그동안 유치 경쟁을 벌여왔던 청주를 포함한 지자체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은 한 달 전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6월 2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450억 원대의 국립한국문학관 공모를 철회했다. 당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논리도 지역갈등과 유치경쟁의 과열이었다. 문체부는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혼탁해지고 과열돼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대안을 마련한 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의 지자체 24곳이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심사도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었던 것이다.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의 타당성을 강조하며 홍보에 적극 나섰던 지자체들은 그때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굵직한 두 개의 국가공모사업이 철회된 배경에는 부산 신공항 여파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항건립이 무산되면서 정부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성난 민심을 되돌리는 데 따른 부담으로 공모 중단이라는 처방을 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에도 항의 한번 제대로 못 하는 지자체의 처지도 철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립철도박물관과 국립한국문학관의 잇단 공모 철회가 가져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자체는 물론 지역사회가 함께 유치경쟁에 나서면서 지자체마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크기 때문이다.

사실 지자체 입장에선 몇백억대 국비 공모사업이라고 해도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전국의 지자체가 눈독을 들이다 보니 공모에 당선될 확률은 낮다. 그렇다고 공모를 안하면 직무유기라는 질타가 따르고, 공모에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부담이 크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하는 것이 국가 공모다. 행정낭비는 차치하고라도 지역여론도 걱정해야 하는 게 지자체 입장이다. 이번 철회를 두고 일부에서 ‘닭 쫓던 개’라는 표현이 서슴없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정부의 공모철회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공모를 철회한 두 사안을 보면 철회 이유나 과정이 꼭 닮았다. 선심을 쓰듯 전국 공모를 했다가 지자체마다 지나친 유치경쟁이 벌어지자 지역갈등을 부추긴다며 없던 일로 돌려놓았다. 그것도 지역에 책임을 전가하는 뉘앙스를 풍기며 말이다. 국가공모를 시행하며 지역경쟁을 부추기는 상황을 제공한 정부의 역할은 철회로 끝나는 모양새다. 공개적 약속마저 쉽게 파기하는 정부를 국민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철회가 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과 소통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보여줬어야 했다. 지역갈등을 운운하는 정부의 폭력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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