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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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6.07.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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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감기 빨리 나으세요, 어의가 없어요, 얼마 전에 들은 예기가 있는데요, 저한테 일해라절해라 하지 마세요, 이 정도면 문안하죠, 구지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교수님이 오시래요, 설앞장이 안 열려요, 무리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에어컨 시래기가 고장났어요…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맞춤법 실수의 예를 옮겨 봤습니다.

행동에 앞서는 말, 성급한 결정, 불평불만, 허풍떨기, 남 탓하기, 요령 찾기, 열정 있는 척하기, 목적 없이 살기, 부탁 다 들어주기, 인생 쉽게 생각하기, 생각 없이 행동하기, 현실 부정하기와 함께 맞춤법 실수는 성공을 막는 13가지 작은 습관으로 몇 년 전에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알렸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삶에 적용해야 할 맞춤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일정한 형식을 인정하지 않는 비정형(非定型)만의 추구는 무질서의 축제로만 끝날 수 있다는 경계를 하게 됩니다.

몸에 향수를 뿌리는 것도 개인의 취향을 떠나 유해성 논란이 되는 세상입니다. 캐나다의 노바스코샤(Nova Scotia)주의 경우엔 주 전체의 종합병원, 각급 학교, 공공건물에서 ‘향기 및 담배금지(Fragrance and Smoke Free)’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꽃향기에 취한 나비가 비틀거리다가 쓰러질 때 꽃이 나 몰라라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지가 좋다고 날아와 놀다가 정신 줄 놓는 것을 어쩌냐고 항변만 해선 곤란하다는 겁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누구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연인, 자녀, 배우자, 부모, 형제, 친구라는 대답이 많았다고 합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 최인철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을 ‘2F(Family+Friends)’라고 부를 수 있겠군요.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을 주는 사람들 옆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겠어요.

똑똑똑 비가 내리는 날에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란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방울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는 뜻이잖아요. 물론 비가 내리는 날에는 마음속으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를 때도 있긴 하지만요. ‘눈물과 비를 구분할 수 없네요/눈물과 비는 당신을 회상하게 해요’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루적소우(淚的小雨·눈물의 가랑비)’라는 다른 나라 노래도 찾아서 들어본 적이 있답니다.

보름 전쯤에 대다수의 국민을 가리켜 개와 돼지라고 운운한 사람 때문에 날씨도 더운데 잔뜩 열을 받았던 일이 있었죠. 진정한 교양이 있는 사람이 하염없이 그리운 시절입니다. ‘권력과 부가 있고 없음 때문에 혹은 편견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교양’이라는 말은 이미 세간에 떠돌고 있었는데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요.

“자신의 길에서 죽는 것은 사는 것이고, 타인의 길에서 사는 것은 죽는 것이다”라는 하이쿠(haiku, 俳句)를 남겼던 마쓰오 바쇼(松尾芭蕉)는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순간인 걸 모르다니”라는 것도 남겼고, 마지막으로는 “방랑에 병들어 꿈은 시든 들판을 헤매고 돈다”라는 것을 남겼네요. 아무리 애를 써도 인생은 정말 꿈만 같아요.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장소, 시간, 사건의 연속성을 통해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루는 구성단위”를 가리켜 ‘시퀀스(sequence)’라고 하는군요. 오늘 이 하루가 아름답고 즐거운 시퀀스로 가득 차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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