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힘 실어준 검사장
김영란법에 힘 실어준 검사장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6.07.19 2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진경준 검사장이 사흘 전 뇌물수수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그는 11년 전 넥슨 창업주로부터 4억2500만원을 받아 이 회사 비상장주식을 샀고 이를 잘 굴려 120억원대 주식으로 불렸다.

검사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찰 고위직으로 엄청난 힘을 갖는다. 넥슨이 그에게 뇌물을 준 데는 분명히 뭔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권력을 활용하려는 재력가가 있는 한 공직자 부패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으로 재물 욕심이 없을 수 없고 권력 주위엔 반드시 검은 유혹이 넘실댄다. 권력과 뇌물의 고리는 어렵지 않게 형성된다.

이러니 많은 국민이 부정부패를 막을 강력한 법 시행을 원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 28일 시행된다. 최근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2.4%가 “부패 척결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법 시행에 기대감을 보였다. 부패방지법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젠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된다. 종전과 달리 “돈을 받고 뭔가 특혜를 줬다”는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아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김영란법은 2013년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 곧바로 대통령이 재가했다. 올해 5월 시행령이 입법예고됐다.

법 적용 대상은 공직자 외에 언론사,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또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받을 수 있는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 상한선이다.

그런데 선물 상한선이 문제가 되고 있다. 명절 선물로 활용돼 온 농축수산물이 금품으로 규정되면서 농어민 소득 감소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민, 어민, 축산인이 반발하고 있다. 농축산물은 법 적용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금액 기준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5만원 이상 농어축산물 선물을 주거나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74.6%나 됐다. 선물을 주고받는 대상이 ‘가족과 친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72.4%, ‘그 외 사업이나 업무와 관련한 사람’ 에게 선물을 주거나 받은 경우도 27.6%였다.

선물하는 농축산물은 과일(70.4%), 한우(62.3%), 인삼류(24.5%), 곶감(23.6%), 버섯류(20.6%)였다. 소비자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체 농축산 선물 횟수가 이전보다 28.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우 선물세트는 5만원 이상짜리가 100%다. 그리고 인삼은 91.7%, 사과·배는 50%가 5만원 이상이다. 품목별 생산 감소 예상액(5만원 이상)은 한우 2446억~2743억원, 인삼 3418억~3833억원, 과일 821억~921억원으로 추정됐다.

한우농가와 인삼재배농가가 직격탄을 받을 조짐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수년간 정부의 고품질화 전략에 발맞춘 농가도 큰 혼란을 겪게 됐다.

어디 농축산업 분야만 타격을 받겠는가. 고급 음식점도 휘청거릴 것이다. 접대 골프가 만연했던 골프장도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지만 진경준 검사장 같은 ‘추한 권력’이 있는 한 이 법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