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사만 배불리는 노후 경유차 대책
자동차사만 배불리는 노후 경유차 대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7.18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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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책상머리에서 굴린 ‘펜대’의 한계.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저감 정책, 특히 그중 노후 경유차 교체 시 세제 감면 혜택에 대해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이 정책이 되레 미세 먼지를 유발하는 경유차 구매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일 ‘6.3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친환경 차 보급에 3조원,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7800억원 등 총 5조원을 투입하는데 이중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에 18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생산된 지 10년 이상(2005년 12월 이전)이 지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사면 차종을 불문하고 개별소비세 70%를 할인해준다. 여기에다 개별소비세의 30%인 교육세와 부가세도 덩달아 내려가니 최대 143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현대차를 기준으로 많이 팔리는 아반떼의 경우 60만~105만원까지, 쏘나타는 96만~136만원까지, 그랜저급 이상은 최대 143만원까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자동차회사가 제공하는 추가 ‘프로모션’ 혜택도 받는다. 현대기아차는 어제 보도자료를 내고 노후 경유차 교체자에게 정부가 제공하는 감면혜택에다 30만원에서 최대 70만원까지 추가로 차 값을 깎아주기로 했다.

세금 감면 한도가 143만원이니까 213만원까지 싸게 차를 구입할 수 있다. 일단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차 값의 10% 가까운 할인을 받고 신차를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장은 애초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반응하고 있다. 노후 경유차를 교체하는 사람들이 다시 신형 경유차를 사는 악순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경유값은 휘발유에 비해 85%밖에 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유차는 연비가 휘발유차보다 20% 이상 뛰어나다.

어차피 신차 구매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기름 값도 절약하고 연비도 우수한 경유차를 살 소비자가 많은 이유다. 게다가 10년 후에 또 지금처럼 세금 감면혜택을 줄지도 모른다.

이런 실정이니 소비자들은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상관없이 휘발유차보다 경제적인 새 경유차를 또다시 구입하려 한다.

이런 문제점이 우려되자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국회의원(수원 장안)은 최근 성명까지 냈다. 이 의원은 “전형적인 세금 낭비이자 근시안적 정책”이라며 “저공해 차나 친환경 자동차를 구매할 때만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제 혜택을 신차 구매자에게만 주기로 한 것도 난센스다. 10년 이상 노후 경유차의 주인이라면 대부분 서민·중산층 이하 계층이다. 차령이 10년이 넘은 200만원짜리 노후 경유차를 끌 정도라면 교체 시 새차보다 중고차를 살 사람들이 당연히 더 많다.

지원 대상을 미세먼지 발생 저감장치를 단 중고 경유차(2006년 이후 생산된 차)나 휘발유 및 LPG 중고차로 확대해야 했다. 신차 구입시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대신에 중고차 취득시 등록세나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면 가능하다. 가뜩이나 불황에다 대기업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고차 업계 종사자들. 메이저 자동차사만 챙기려는 정부의 ‘갸륵한 정성’에 헛웃음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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