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한 방향으로 난다
새는 한 방향으로 난다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6.07.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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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반영호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는 새. 금화조가 날개를 다친 후 일주일쯤 되었을까. 완전하지는 못해도 푸드득 거리는 날갯짓으로나마 조금씩 조금씩 날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지만 금화조는 모든 걸 극복하고 둥지까지 날아올랐고, 수컷은 다시 거푸집을 물어왔다.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본능의 일들을 하고 있었다.

새들은 대개 짝과 함께 논다. 잠잘 때나 모이를 먹을 때나 둥지를 지을 때나 무엇을 하든 항상 짝과 함께한다. 그러기에 사랑을 이야기하자면 어느 동식물보다도 조류들에 비유된다. 전통 혼례시 혼례상에 오르는 기러기는 금실 좋은 부부가 되어 백년해로하라는 옛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다. 나무기러기가 전통 혼례에 등장하는 것은 오리나 기러기가 절기를 따라 남북으로 나는 것은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에 순응하며 살아가라는 교훈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질서와 의리를 따르는 오리와 기러기처럼 평생 두 사람이 백년해로하라는 생태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또 기러기가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안의 새들은 먹는 시간 외에는 종일 영역 다툼과 둥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하루를 일관한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새들은 가장 높은 가지를 정복하기 위해 안감 힘을 다 쓰는가 하면 모이통을 통째로 차지하려고 투쟁을 한다. 이땐 반듯이 짝과 함께 행동한다. 금화조 호금조 같이 몸집이 작은놈들이 사나운 잉꼬를 대적하기엔 무리지만 부부가 함께하면 가능한 일이다. 약하지만 영리한 요놈들은 감히 잉꼬나 문조와 당당히 맞서 높고 볕 좋은 명당자리를 점령하거나 튼실한 둥지를 차지하곤 한다.

산란을 위해 둥지에다 열심히 거푸집을 물어다 놓는 금화조 문조 십자매와는 달리 심술궂은 잉꼬는 둥지를 뜯어놓고 거푸집을 파헤치고 물어다 버린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무렵이면 잠자리를 찾으려고 우리 안은 다시 분주해진다. 대개는 정해진 각자의 둥지가 있으나 욕심 많은 금화조는 이 둥지 저 둥지를 기웃거리며 방해를 놓는다. 이름처럼 열 자매 마다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십자매는 다른 새들과의 동침도 마다 않고 또 정 둥지가 없으면 철망에 매달려서도 잘 잔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야생 잡새들이 많이 꼬인다. 울안에 대추나무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기르는 관상 새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모이기도 할 테고 놈들이 흘린 모이를 주워 먹으려고 몰려온다. 야생 새들이 오면 제일 먼저 발견한 놈이 신호음을 내는데 그러면 우리안의 새들은 난리가 난 듯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날아오른다. 제일 우두머리 격인 잉꼬가 종횡무진 날면 작은 새들이 동참한다. 특히 까치나 비둘기 콩새 같이 큰 새일수록 더욱 요란을 떨어댄다. 결국 야생 새들을 물리치고 나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한 우리 안에서 서로 경계하며 뺏고 빼앗으며 사는 새들. 질투와 시기 속에서 다퉈가며 아옹다옹 살아가는 그 새들이, 최종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곳이 한 방향이라는 것에 대하여 감동을 한다. 아무리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도 적이 나타나면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하여 공동 대처함으로써 작은 힘이 큰 힘이 되어 끝내 물리치고 마는 것이다.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는, 꼭 두 날개야만 날 수 있는 새. 암수 둘이 만나야 짝을 이뤄 사는 새. 목소리가 다르고 색깔이 다르고 모양새가 다 각기 다른 새들. 외세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 그랬듯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한 붉은악마의 외침 오! 필승코리아…. 너 나, 이쪽 저쪽, 니네?들 우리들하며 금을 긋고 사는 우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것 하나 따로따로 아닌 것이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우파가 있고 좌파가 있고,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는 것은 새의 두 날개와도 같은 것. 왼쪽날개와 오른쪽날개가 서로 다르지만? 함께 날갯짓을 할 때 기울지 않고 비상할 수 있다.

한쪽 날개를 다친 우리 집 금화조는 힘겹지만 수컷이 있어 함께 한 방향으로 잘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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