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의장이 되고 싶은 이유는
그토록 의장이 되고 싶은 이유는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7.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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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충북도내의 지방의회들이 후반기 원 구성을 마치고 회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후반기 원 구성 과정을 보면서 많은 도민들이 지방의회에 대해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꼈다. 충북도내 거의 모든 기초의회와 광역의회에서 의장자리를 놓고 볼썽사나운 자리다툼을 보인 까닭이다. 소위 민주주의 꽃이라는 지방의회에서 의장을 뽑는데 기초적인 민주주의 절차조차 무시한 채 알량한 정치적 이득에 따라 편을 가르고, 공천권을 가진 자에게 아부하느라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팽개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그들을 민의의 대변인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의장선거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을 버리는 경우도 속출했다. 그들이 당을 떠나며 내놓는 입장은 한결같다. “패거리 정치집단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라든지 “신의를 저버린 정당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이다. 그런데 아무리 작은 기초의회라 하더라도 의장을 하겠다고 출마했던 사람이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고 당을 떠나는 것은 문제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 때문에 선택한 정당이라면, 자신에게 공천을 주고 그 당의 이름으로 출마해 당선됐다면 탈당은 곧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는 일과도 같을 텐데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아주 당당하게 당을 떠난다. 만약 탈당과 함께 의원직을 상실해야 한다고 해도 그렇게 당당하게 탈당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억울하다면 당을 떠날게 아니라 의장 선거가 공정한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진행될 수 있도록 싸워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일 것이다. 초등학교 어린이도 반장선거에서 떨어졌다고 반을 옮겨달라고 떼를 쓰거나 전학을 가진 않는다. 참으로 애들만도 못한 의원들이다.

이런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원 구성 때마다 되풀이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욱 심했다. 전반기에는 후반기의 기회가 있어서인지 최소한의 염치는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사생결단이었다. 어느 지방의회는 다수당 의원끼리 의장자리를 놓고 끝까지 다투다가 소수당의원이 어부지리로 의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얼핏 보면 투표에 의해 소수당의원이 의장이 됐으니 가장 민주적인 의회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다수당의원 4명이 양보 없이 피터지게 싸운 결과이지 결코 민주적이어서가 아니다. 의원수가 70명도 아니고 7명인 기초의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가장 꼴불견인 의회는 충북도의회다. 전체 도의원 31명중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 20명이 10대 10으로 갈려 한 치의 양보나 타협도 없이 끝없는 감투싸움을 벌였다. 물러나는 새누리당 소속 도의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의장 선출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묵살됐다. 시기적으로도 너무 촉박했고, 그 배경의 꼼수가 훤히 읽히는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한 의원의 배신(?)으로 팽팽한 균형은 깨졌고, 충북도의회 최초로 여성의장이 탄생했다.

그런데 그 배신의 뒤에는 도의원들의 공천권을 거머쥐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의장선출 이후 상임위원장 배정문제로 의장에서 떨어진 계파 의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니 그들의 감투싸움의 끝은 어디이며, 그들의 염치는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도대체 ‘의장이 뭐 길래 이런 감투싸움을 되풀이하느냐’고 한심한 듯 말한다. 그런데 지방의회 의장은 그 역할에 비해 누리는 권한은 막강하다. 단체장과 거의 같은 대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운전기사가 딸린 승용차가 제공되고,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장이라는 이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방의회 의장출신들은 단체장을 노리거나 국회의원을 넘보는 행태를 보이게 된다. 물론 지방의원 출신이 단체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압력을 이겨내고, 패거리정치를 벗어나 소신 있는 자신만의 정치를 펼쳐나갈 때 가능한 일이다.

민의는 안중에 없고 오직 감투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들에게 주민의 곳간 열쇠를 맡겨야 하는지 불안할 따름이다. 결국 그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주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바닥에 닿도록 고개 숙이던 선거 운동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보길 바란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지방의원이 되려고 했었는지 말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지원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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