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이 육 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긴 여름이 시작되면서 뙤약볕도 짱짱합니다. 한 줌 그늘을 찾는 눈길이 혼자만이 아닌 듯합니다. 피하고 싶은 태양이지만 7월의 들녘에선 꿈으로 익어갑니다. 육사의 꿈이 청포도로 익어가는 계절. 초록을 가득 품은 청포도는 하늘과 바람과 햇살을 제 안에 들이고 몸집을 불립니다. 그래서인가요, 시를 읊다 보면 행과 행 사이에서 싱그러운 바닷바람이 몰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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