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하은아 <증평도서관>
  • 승인 2016.07.11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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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여행을 참 좋아한다. 여행자처럼 살기를 원하고, 늘 여행 떠나기를 꿈꾼다. 여행지를 검색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여행다큐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은 나에게 있어 취미이자 삶이다.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처음으로 혼자 떠났던 일본 배낭여행에서부터 시작됐다.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갔던 유럽 배낭여행은 같이 다닌 친구도 있었고 무언가에 홀려 정신없이 45일이 지나갔었다. 여행을 했다라기 보단 그냥 시간이 흘러간 그런 기분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혼자 갔던 일본 배낭여행은 여행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떤 큰 깨달음이 있어서가 아닌 나도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음을 확인받고 여전히 잘살고 있고 앞으로도 더 잘살 것이라는 나 자신에게 위로를 받았다.

그 이후 틈이 나는 대로 떠나고자 했다. 일상이 무기력해졌다는 핑계로 일을 이만큼 했으면 나에게 선물을 해줘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여행을 준비하고 떠났다.

그러다 우연히 라오스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메콩강에 있는 4천 개의 섬 주변에서 고무 튜브를 타고 책도 읽고 메콩강의 저녁노을을 구경하는 맛이 훌륭하다는 라오스 남부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에 빠져 한동안 라오스를 못 가서 안달이 났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직 라오스에 대한 미련만 남은 채로 살고 있다. 그러다 만난 책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무라카미 하루키·이영미 옮김·문학동네 2016)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이야기란다. 더군다나 제목이 라오스다. 구미가 안 당길 수 없다. 하늘색 책표지는 더운 여름날에 청량감을 주고 어서 빨리 이 책을 들고 떠나라는 손짓을 하고 있는 듯하다.

책 장을 열어보면 라오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가 여행 다녔던 아이슬란드, 핀란드, 뉴욕, 그리스의 섬, 토스카나 등 여러 지역에 대한 이야기다. 여타의 다른 여행에세이와는 사뭇 다르다. 음악 그중에서도 재즈를 좋아하는 하루키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클럽을 방문한 이야기를 담았고, 매일 아침 조깅을 즐기는 작가의 취향에 맞춰 보스턴의 이야기는 마라톤과 조깅할 때 볼 수 있는 풍경에 대해서 적어 놓았다.

뻔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라 읽는 재미가 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쓰여진 책이라 여행 정보를 많이 담고 있지는 않다.

하루키는 여행을 이렇게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인증 샷을 남기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닌 낯선 여행지에서 더불어 살아보는 듯한 그런 여행의 맛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여행의 기억이 다시 일상을 시작하게 하는 힘을 준다. 어떤 여행이든 삶에 흔적을 남긴다.

바람, 향기, 색깔 등 다양한 감각으로 여행이 일상에 재현되어 새로운 삶의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고 앞으로 묵묵히 걸어나가도록 버팀목도 되어준다. 여행은 그런 것이라고 하루키는 다시 한번 말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통일되지 않은 문장의 어미와 시점이동이 살짝 불편했지만 작가의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어 넘겨 읽었다. 문장의 어미를 통일시키는 것 또한 나의 고정관념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오늘도 여행을 꿈꾼다. 메콩강에서 여유롭게 튜빙을 즐기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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