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선거 이대론 안된다
의장 선거 이대론 안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6.07.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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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감투싸움으로 얼룩졌던 충북도의회가 우여곡절 끝에 의장단을 구성했다. 2년마다 되풀이되는 원 구성 진통이 이번에도 그대로 재연됐다. 진흙탕 싸움의 의장 후보 선출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의 수장이 새로 선출됐지만 축하에 앞서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 이유는 뭘까.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 선출 과정에서 패거리 정치, 합종연횡, 감투싸움 등의 구태 정치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교황선출 방식의 폐해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역사회의 큰 관심사이지만 어떤 인물이 어떤 포부와 의지를 갖고 지방의회를 이끌어 갈지 궁금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누가 후보감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의장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전락한 것이다. 합종연횡을 통해 감투 나눠 먹기를 하는 교황 선출방식으로 의장을 뽑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교황선출 방식은 다수당 의원들이 물밑에서 의견을 정리하면 그걸로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감투 나눠 먹기를 위한 합종연횡이 이뤄지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상임위원장 자리는 인물과 자질보다는 표와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후반기 의장 후보 선출은 감투싸움이었다. 두 패로 갈라진 힘의 균형은 쉽게 깨질 줄 몰랐고 의원총회에서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반목과 대립만 있었을 뿐이었다.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연출됐다.

팽팽한 구도를 깨기 위해 갖가지 수법과 방법이 동원됐다. 당락의 열쇠를 쥔 의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설득, 회유, 지역구 주민을 동원한 압박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국회의원의 ‘오더 정캄까지 개입했다는 설도 파다했다. 압박을 견디다 못한 한 의원은 의장직을 1년씩 나눠 맡자고 제안하는 상황까지 갔고 결국에는 투표에서 기권했다. 소신껏 투표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애초부터 없었다.

특정 의원이 어느 후보를 찍느냐를 알기 위해 투표 용지를 나눠주면서 그 후보의 투표 용지에 자신만 알 수 있도록 손톱자국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바탕 소동도 벌어졌다. 밝힐 게 있다고 기자회견을 자처했다가 돌연 취소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코미디다”, “막장 드라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다”, “그럴거면 20명의 의원이 한 달씩 의장직을 나눠 맡지 그러느냐”는 비아냥이 의회에 쏟아졌다. 당연히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별도의 후보 등록 없이 전체 의원이 후보가 돼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이나 부의장을 뽑는 현재의 교황 선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 다수당의 밀실 합의 추대와 그에 따른 정당 간 갈등, 의원끼리의 야합 등은 대표적인 폐단이다.

공개적인 유세나 선거운동 없이 물밑에서 지지 의원들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임위원장 보장 등 자리 나눠 갖기가 횡행하고 금품이 오가는 일도 있다.

이언구 전 의장이 전반기가 끝나갈 즈음 의장 후보 등록제를 제안한 적이 있다. 하지만 논의에 시간이 촉박했고 시점도 그 의도를 의심받기 충분해 유야무야 됐다.

후보 등록제 도입만으로 교황 선출 방식의 폐단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의장 선출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폐단이 너무 심각하다.

의원들 스스로 더 많이 느꼈고 필요성도 인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됐건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 시기를 놓쳤다가 외부의 압력에 못 이겨 마지못해 논의하는 불편한 처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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