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유감
산행 유감
  • 박경희<수필가>
  • 승인 2016.07.1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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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박경희

주말이면 남편과 등산을 한다. 우리가 오르는 높이 570미터 정도의 이 산은 우선 물이 없고, 잔디나 풀도 별로 없는 돌이 많은 산이다. 나무는 울창하지만 거의가 잡목들이다. 올라갈 때가 약 1시간 30분, 내려올 때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우리같이 나이가 많은 부부가 등산하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춘 산이다. 벌써 5년여를 오르내렸으니 작은 샛길까지 알고 있는 정도며 그만큼 정도 깊이 들었다.

산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특히 주말이면 등산객 숫자는 크게 늘어난다. 지금까지 산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 볼 수 있었으며 산행하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행태도 살펴볼 수 있었다. 많은 분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만큼 또 많은 사람은 부정적인 행태를 보였다.

등산복장도 제대로 갖추고 배낭, 스틱 등 모두가 상당한 수준에 가 있는 사람이 휴대용 라디오를 크게 틀고 그걸 목에다 걸고 등산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산을 좋아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산이 좋아 등산하는 것이다. 자연의 가장 큰 속성이 무엇인가. 그것은 ‘조용한 것’이다.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려고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함께 등산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된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몰상식한 사람들이다.

일단 산에 오르면 이상하게도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많다. 앞선 사람들과 뒤처진 일행이 그 상당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차라기 악을 쓰는 수준이다. 다른 하나는 정상에 올라 내지르는 ‘야호-’. 학자들에 의하면 그런 인간의 소리는 산에 사는 동물들에게 아주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한다. 어찌 동물뿐이랴, 그런 악쓰는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산은 조용한 곳이어야 하고 등산하는 모든 분들이 그런 환경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산은, 우리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연이다. 산에 오면서 유별나게 먹고 마실 것을 많이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술도 빠지지 않는다. 그 시작은 음식을 먹는 정도였지만 술이 들어가는 중반을 넘어서면 산은 술집 안방이 된다. 노래가 흐르고 일어나서 춤을 춘다. 말하자면 한판 질펀하게 놀려고 산에 온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른 등산객이 눈에 보일 리가 없다. 산에서 만나는 가슴 아픈 공해 중 하나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짐승들이 뛰놀다 떠난 자리처럼 처절하게 더럽다. 특히 거기 남아있는 쓰레기는 그들이 쓰레기 수준의 인간들임을 고발하고 있다. 산을 사랑해서 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부류는 어찌해 볼 수 없는 해악이다.

물론 산행꼴불견은 이 외에도 사소한 것들이 많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부정적인 행태의 이런 부류들은 아무리 산을 오르내려도 진정한 의미의 등산은 해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산을 보고, 산을 듣고, 산을 배우는 진지하고 겸손한 자세가 없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산의 모습은 풍요로움 그 자체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 소리 들으며 걷는 것 자체가 명상이고 힐링이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거기에 합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산은 모든 이들에게 그들이 준비한 만큼만 자기를 열어 보여준다. 수많은 사람이 즐겨 산을 찾는 것은 산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힘을 체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산에 올라가면 주인은 바로 산이다. 산에 사는 나무와 새와 흙이 바로 주인이다. 우리는 잠시 다녀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산은 인간을 정화(淨化) 해 주고 인품을 신중하게 해 준다. 인간이 겸손한 마음으로 그 산을 아끼면 산도 인간을 그만큼 아껴준다. 인간은 도시에 살기 전, 모두가 산과 들에서 살지 않았는가. 그래서 산은 우리들의 본향이고,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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