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개관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7.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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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2016년 7월 1일, 청주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누가 초청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꿈꿔왔던 ‘청주에 제대로 된 미술관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어서 장맛비를 무릅쓰고 설레는 마음으로 개관식에 참석했다. 아마도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개관식장은 많은 시민들로 붐볐다.

청주시립미술관은 오랜 산고 끝에 탄생했다. 청주시가 옛 청주KBS 부지를 사들인 후 그 활용방안을 놓고 많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시립미술관이 건립될 때 까지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산고가 길었던 만큼 결실은 알차보였다. 방송국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미술관으로 변화시킨 공간 활용은 생각보다 탁월했고, 미술관 입구에 서있는 빛바랜 송신탑의 철 구조물은 건물의 역사와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리고 미술관 담을 따라 이어진 좁은 언덕길을 오르면서 사람 사는 풍경이 깃들어 있는 골목을 바라보는 것도 미술관을 찾는 또 다른 쏠쏠한 재미거리가 될 것 같다.

청주시립미술관이 처음 문을 열면서 내놓은 전시는 <여백의 신화 - 청주, 한국현대미술의 초기역사를 쓰다>라는 긴 제목의 전시회다. 청주가 고향이거나 청주지역을 연고로 활동했던 예술가로 우리나라 화단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김복진, 정창섭, 윤형근, 김봉구, 박노수, 김기창, 박래현 화백 등 7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동안 빈약하게만 보였던 충북 미술의 뿌리와 원형을 찾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립미술관이었기에 해낼 수 있는 전시라는데 이론을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청주시립미술관에 거는 기대가 큰 때문인지 걱정스런 마음도 커진다. 사실 나는 미술 분야의 문외한이다. 그런 사람이 시립미술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겠으나 시립미술관이 탄생하기를 간절히 원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생각을 보태고 싶다.

우선 청주시립미술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예술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는 일일 것 같다.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해야 하는 일에서의 능력은 탁월하다. 그러나 예술가답게 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큰 무리이다. 이것은 이번 개관식 행사에서 도 여실히 드러났다. 누가 봐도 이 행사의 주인은 지역의 미술인이 되어야 할 텐데 그들에 대한 예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빈 말이라도 지역미술인의 노고를 치하하고 예우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미술의 토대를 닦아온 존경 받아야할 원로작가들의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았고, 참석자를 소개하거나 축사를 하는 시간에도 시의원, 도의원, 외부 손님 이름은 다 거명하면서 정작 작가들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불러주지 않는 그런 행사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성악가가 등장하고 비보이댄스 팀이 등장하는 개막식의 내용도 미술관 개막식이라고 하기엔 엉뚱했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관장을 예술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는 미술관이 미술관다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트 뮤지엄’(ART MUSE UM)이다. 미술박물관이라는 뜻이다. 미술작품을 단순히 전시하고 판매하는 화랑이나 갤러리가 아니라 “회화, 조각, 공예품 등 미술작품을 중심으로 한 문화유산이나 현대의 문화유산을 수집·보존·전시하고, 문화에 관한 교육·보급·연구를 행하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전시의 기능보다 수집·보존·교육·연구에 방점이 찍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능한 문화예술분야의 경영인과 큐레이터가 선임되어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청주시의 예산지원이다. 청주시립미술관이 어떤 미술관이 되느냐하는 것은 전적으로 청주시의 예산지원에 달렸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미술관의 저녁 개관시간을 좀 더 늘려 시립미술관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퇴근이나 저녁식사 후에 미술관에 들려 미술작품도 감상하고, 석양에 물드는 청주시가지를 내려다보며 한 잔의 차를 마실 수 있다면 시립미술관이 미술관의 역할뿐 만이나라 시민들의 힐링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시립미술관의 개관을 손꼽아 기다려온 한 시민으로서의 꿈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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