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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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6.07.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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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어릴 때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고, 나이 들면 나만큼 대단한 사람이 없고,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입니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습니다.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합니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들여진 내 마음입니다.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못 삽니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습니다.

사실 나를 넘어서야 이곳을 떠나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릅니다.

갈 만큼 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는지 누구도 모릅니다.

지옥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 미워하면 됩니다.

천국 만드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 사랑하면 됩니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됩니다.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합니다.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합니다.

상처를 지킬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합니다.

그 사람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언제나 내 몫입니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고,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옵니다.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수록 음란해지고,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집니다.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일 겁니다.

나를 다스려 뜻을 이룹니다.”

백범(白凡) 김구 선생의 ‘나로부터의 시작(始作)’이란 글은 몇 번을 곱씹어도 마음의 북이 둥둥 울리게 만드는군요.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회자되는 백범 선생의 글은 법정 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혜민 스님의 ‘내가 깨달은 세 가지’, 소문을 규명하는 미국 사이트인 스놉스닷컴(snopes.com)에서 “공신력이 없는 한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된 가짜 글”이라고 판명했다는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마지막 말’처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세상은 넓고 들리는 말은 많기만 하군요.

어떤 때엔 귀를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분간이 안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충성스러운 말이라도 당장 임금의 귀에 거슬리면 불편한 일이 생기게 마련이었고, 생명을 논하던 로고스(Logos)조차도 로마병사의 날카로운 창끝에 옆구리를 찔렸으니까요.

정성으로 귀담아듣는 일도 나로부터 시작되어야만 할 일이겠지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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