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간 속으로
다시 시간 속으로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07.06 2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시간과 공간과 인간은 모두 사이 간(間)자를 씁니다.

인간(人間)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의미하듯, 공간(空間)이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를 의미하듯, 시간(時間) 또한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를 의미합니다.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한번뿐인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별똥별처럼 휙 사라지는, 아름답다면 한없이 아름답고 서글프다면 한없이 서글픈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하여 인간에게서 유효시간이란 태어나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입니다. 같은 시간인데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유를 합니다.

어떤 이는 시간이 없다 하고, 어떤 이는 남아돈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하고, 어떤 이는 빨리 간다고 투덜거립니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각이 여삼추고, 그날이 천천히 왔으면 하는 사람들에게는 쏜살처럼 가는 게 시간입니다.

못난 사람일수록 부실한 사람일수록 시간 타령을 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 하고, 시간이 촉박해서 할 수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가는 속도가 다릅니다.

10대 때는 시속 10km로, 30대 때는 30km로, 50대 때는 50km로, 70대 때는 70km의 속도로 가는 게 시간입니다.

어릴 때는 빨리 공부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시간이 더디게만 갑니다.

은퇴할 때가 다가오거나 시한부인생을 살면 야속하리만큼 시간이 빨리 갑니다. 크게 하는 일도 없는데도 시간에 쫓기듯 사는 자가 있고, 할 일을 다 하면서도 여유자적하게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툭하면 어기는 이가 있습니다. 10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늦으면 10사람 모두에게 빚쟁이가 됩니다. 시간은 금이기 때문입니다.

시간 관리를 잘하는 자가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 분초를 아끼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영국의 문학자 S. 존슨은 ‘짧은 인생은 시간의 낭비에 의해 더욱 짧아진다’고 일갈했습니다. 또 ‘현재의 시간만이 인간의 것임을 알라’고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돈의 낭비와 물질의 낭비는 땅을 치며 후회하고 가슴 아파해도 시간의 낭비에 대해선 무감각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내 인생이 짧아지는데도 말입니다.

‘짬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짬이 없다’라는 유럽 속담이 있습니다.

짬은 자투리 시간을 말합니다. 일과 수면 사이에 생기는 자투리 시간은 축복입니다. 일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보다 자투리 시간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각자의 짬을 유익하게 써야 합니다.

예로부터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했고, ‘시간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간다’했습니다. 또 그리스의 비극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시간은 묻지 않았는데도 말을 해주는 수다쟁이다’라고 설파했습니다.

아무튼 순간이 모여서 시간이 되고, 시간이 모여서 하루가 되고 달이 되고 해가 됩니다.

사람의 평가는 그가 보낸 지난 시간의 궤적에 의해 결정됩니다.

위대한 삶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름을 날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매 순간에 충실했다면 범부라도 족합니다. 아니 그가 바로 빛나는 사람입니다. 놀 때 잘 놀고 쉴 때 잘 쉬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시간을 즐길 줄 알고, 시간을 내편으로 만들 줄 알면 그가 바로 삶의 달인입니다.

‘세월이 약이랍니다’라는 노랫말처럼 살다 보면 세월이 약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목숨 같은 시간 속에서 그대를 생각합니다.

/시인·문화비평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