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두 날개로 난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6.06.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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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반영호

아침을 여는 것은 새들이다. 매일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는 지저귐으로 새날을 맞는다. 세상에 새만큼 부지런한 것은 없다. 우리 집에서 부지런하기로는 누렁이지마는 누렁이를 깨우는 것도 사실은 새들이다.

새마다 울음소리가 각기 다 다르지만 잠결에 들어도 어떤 놈의 소리인지 알 수 있다. 나직하지만 성질만큼 템포가 빠른 금화조 소리. 은은하고 구슬픈 카나리아, 은방울 구르는 듯한 선비새 문조, 흔하여 푸대접받아도 소리만은 일품인 십자매, 부부애가 좋은데 찢어지는 목소리가 닭살 돋게 하는 잉꼬, 언제나 조용하나 화려한 호금조, 아침이면 목청껏 다투어 질러다는 이놈들의 소리에 잠이 깬다. 일찍 일어나는 새, 부지런한 새가 한 톨의 모이라도 더 찾는다.

아침은 기가 솟구치는 시기이다. 밤새 휴식을 취하고 기운이 넘쳐난다. 종횡무진 우리 안을 맘껏 날아다닌다. 서로 질세라 목청껏 뽑아내는 울음소리는 어찌나 소란스러운지 옆집에 소음방해라도 끼치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다. 억센 잉꼬가 어지럽게 날아다니면 다른 놈들은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아침을 힘차고 활기차게 여는 놈들을 보면 시너지 효과일까? 나 또한 상쾌한 아침을 맞는 것이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면 모이를 먹는 시간이다. 식사 시간은 조용하다. 모이통에 있는 좁쌀보다 바닥에 흘린 조를 쪼아 먹기를 좋아한다. 다들 좁쌀이 주식이나 카나리아만은 들깨와 삶은 달걀노른자, 배춧잎을 특식으로 먹는다. 누렁이와 함께 대추나무 아래서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며 놈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여유를 즐기는 새 아침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가 있지마는 새소리만큼 아름다운 것은 또 없다. 가만히 소리를 듣노라면 오묘하고 청아한 소리에 흠뻑 도취되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새는 소리도 좋지마는 모양 또한 꽃만큼 예쁘다. 종류마다 모양도 생김새도 다르고 색깔도 천양지차다. 근대 특이한 것은 새들에게도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목욕을 하고 털 고르기를 하며 틈만 나면 몸단장을 뽐내게 하고서 우아한 몸짓과 감미로운 자태로 춤을 추며 각자 특유한 울음소리로 구애의 노래를 부른다.

한낮이 되면 새들은 조용하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목욕을 하고 털 고르기를 하며 조용히 지낸다. 금화조는 둥지에 지푸라기, 거푸집 등을 연실 물어 나른다. 이런 행위는 산란 때가 다가왔다는 것인데 이 일은 순전히 수컷의 몫이다. 암컷은 둥지로 물어온 거푸집을 잘 정리하는데, 수컷과 암컷의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컷이 아무리 열심히 물어 와도 크거나 거친 거푸집은 도로 밀어낸다. 수컷은 거푸집을 물어 나르는 일 외에 둥지 주위를 얼씬거리는 새들을 맹렬히 쫓아낸다. 잉꼬나 문조와 같이 제 몸보다 배가 넘는 큰 새들도 악바리로 막아낸다. 집안을 지키는 가장의 모습이다. 남편은 돈을 벌어오고 그 돈으로 집안 살림을 꾸려가는 우리네 모습과 너무도 흡사함에 놀란다.

흔히들 사이좋은 부부를 잉꼬부부라 하듯이 잉꼬는 시도 때도 없이 입맞춤을 한다. 성격이 과격한 요놈들의 사랑은 식을 줄을 몰라, 보기에 민망스러울 정도다. 사실 말이 잉꼬부부지 잉꼬보다 문조나 호금조 금화조 십자매 등 다른 종의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잉꼬에 못지않다. 서로 털 고르기를 해주고 부리를 부비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금화조 부부가 사랑에 푹 빠져 지내던 어느 날 아침, 새들 울음소리에 깨어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암컷 금화조가 보이지 않아 살펴보니 벽에 걸어둔 새장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황급히 틈새에서 꺼냈다. 아직 살아있었다. 장마기, 간밤 비바람에 새장이 흔들리는 바람에 그 틈새에 끼어버렸던 것이다. 살아있긴 해도 제대로 날지를 못했다. 날개를 다친 모양이다. 날지는 못해도 푸드덕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모이를 겨우찾아 먹었다. 수컷이 다가오긴 해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할 뿐 누구의 도움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새는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 바라볼수록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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