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00일
세월호 참사 800일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6.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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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맹자는 <맹자> 공손추 편에서 ‘사람은 누구나 차마하지 못하는 마음(불인지심, 不忍之心)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예를 들었는데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이는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으려 하거나 명예를 구하려함이 아니라 사람의 선천적인 본성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불인지심은 측은지심(惻隱之心)과 같은 말인데 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惻隱之心)이 없으면 사람도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 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도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겸양지심, 謙讓之心)이 없으면 사람도 아니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시비지심, 是非之心)이 없으면 사람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측은지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정치를 행한다면 천하를 다스림은 손바닥을 움직이는 것처럼 쉬울 것이라고 역설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 난지 800일이 지났다. 2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건만 세월호가 그 바다에서 왜 침몰했는지 시간이 있었는데도 수많은 생명을 왜 구할 수 없었는지, 국정원과 세월호는 무슨 관계인지, 사고 직후 사라진 7시간 동안 청와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상이 나빠 다른 배들은 출항을 포기하는데 왜 세월호만 출항을 했는지 등등 의혹은 셀 수 없이 꼬리를 무는데 시원하게 밝혀 진건 아무것도 없다.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되고, 청문회가 진행됐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날 세월호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400톤이 실렸었다는 내용이 새로 밝혀지면서 또 다른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 뿐이다.

아직도 시신조차 찾지 못한 9명의 실종자가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되어 있는데 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세월호 인양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그리고 지난 800일 동안 피눈물을 쏟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호소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는 악화되는 경제상황과 여러 가지 국내문제, 실업난 같은 현실문제에 묻혀 차츰 잊혀져간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와 결의로 치켜든 촛불의 불꽃도 사위어간다. 잊지 말자고 옷깃에, 가방에 매달았던 노란리본의 빛깔도 퇴색되어 간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기만 하고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건 진정한 측은지심이 아니라고 말했다. 유학이 인간의 본성과 심성을 수련하는 것에만 몰두하느라 실천하지 못함을 꼬집은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예도 그렇다. 강도당하고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 곁으로 세 사람이 지나간다. 종교지도자인 제사장과 특권층으로 권력을 누리던 레위인은 강도당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가는데 그 시대에 천민으로 괄시받던 사마리아인만이 강도당한 사람을 나귀에 싣고 가서 극진히 돌봐준다. 세월호 참사 800일을 맞는 우리의 자화상이 바로 경전의 해석에는 온 힘을 기울여 노력하면서도 그것을 실천하는 데는 게을렀던 당시의 유학자들이거나 입으로는 사랑과 자비를 부르짖으면서 강도 만난 이웃을 외면한 제사장이나 레위인의 모습은 아닐까?

신영복 선생은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했다. 머리로 아는 인식과 이론, 분석적인 것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더 긴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라고 했다. 가슴으로 이해한 것을 실천에 옮기고 나를 변화시키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세월호 참사 800일을 맞는 우리의 여행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측은지심으로 가슴까지 여행을 와 있다면 이제 발로 옮겨가야 할 때이다. 정부는 머리로 상황을 정확히 정리하고 분석해 주며 국민을 이해 시켜야 하고 가슴으로 그들을 온통 품고 안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 나라에 또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발로 향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묻고 싶다. 세월호 참사 800일이 지난 지금 정부는 어디쯤에 머물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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