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밝히는 마술
어둠을 밝히는 마술
  • 박경일<명리학연구가>
  • 승인 2016.06.22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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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로 보는 세상이야기
▲ 박경일

마술사들은 미녀를 조수로 쓴다. 관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면 속임수를 쓰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마술은 무언가를 보여주기(火) 위한 쇼이자 감추는(水) 기술이다. 언론은 화(火)의 속성이지만 마술을 닮았다. 어둠(水)을 밝혀 진실이 드러나게도 하지만 어둠으로 남게 하여 진실을 숨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의도적이라면 범죄와 다름없다. 버나드 코헨(Bernard Cohen)이 말했듯이 미디어는 우리가 매일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인지’를 정해준다. 언론이 어디를 환하게 비출 것인가는 스스로는 아니지만 언론이 정한다.

지난 13일 연예인 박유천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첫 보도가 있었다. 성폭행 피소관련 소식이 포털사이트와 SNS를 뒤덮을 때 마술처럼 중요한 뉴스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참석해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 중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으로 이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전기 및 천연가스 시장의 단계적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일본은 지난 4월부터 전력의 소매시장을 전면 개방해 많은 사업자와 서비스상품이 출시됐지만 대부분 혜택은 대용량을 사용하는 대기업에만 돌아갔다. 소량 사용자인 서민은 비용의 부담만 늘었으며 통신비 등과의 결합상품(전력을 얼마 이상 사용하면 통신비를 면제해주는 등의 상품)으로 전력사용을 더욱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보다 먼저 시장을 개방한 뉴질랜드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16일 또 다른 여성이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두 번째 고소를 했다. 같은 날 방위사업청이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 성능개량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전력화 시기가 4년 지연되고 약 1,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16일 날 발표했고 대령 2명을 해임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17일 ‘옥시 전(前) 대표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뉴스와 함께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세 번째 네 번째 여성이 잇달아 나왔다. 법원이 옥시 전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한 마디로, 구속을 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는 거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가슴통증·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다수 사상자를 낸 혐의가 있다. 또한, 제품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아이에게도 안전’ 등 허위 광고를 한 혐의도 있다. 그런데도 증거불충분을 들어 구속영장 기각이라니 역겨운 일이다.

관운(官運)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사주 내에 관(官)을 제어하는 기운이 있는가를 본다. 나를 극하는 관을 제어할 무기가 있어야 관(官)의 보호를 받고 혜택을 누리는 좋은 사주다. 국가로 보면 언론이 관을 제어할 수 있어야 위정자들이 국민을 무섭게 알고 약자를 보호하는 관(官)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 몇몇 독립 언론이 생겼지만 아직은 그 화력이 약하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도 무릎을 꿇고 엎드려 지지를 호소한다. 관(金)을 제어하는 화기(火氣)가 투표라는 이름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덩치 큰 독립 언론이 생긴다면 그 강한 화력으로 그러한 마술 같은 일들도 일상이 되지 않을까. 22살 연하의 어린 여배우와 처자가 있는 나이든 영화감독의 불륜설로 인터넷이 또 뜨겁다. 도대체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유난히 묻지마 살인과 성폭행관련 뉴스가 많은 요즈음 언론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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