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물음의 사유
캐물음의 사유
  • 배경은<사회복지사>
  • 승인 2016.06.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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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배경은<사회복지사>

군에 입대하기 이십 여일 전부터 아들은 입맛이 없어 하더니 급기야 턱관절이 아파 머리 전체가 쑤신다고 호소했다. 이유 없는 턱관절의 아픔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임을 경험으로 알기에 요즘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분노나 부정적인 생각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들은, 같은 날 입대하는 친구는 한 시간 정도 거리의 논산훈련소로 가는데 자신은 세 시간 이상 걸리는 춘천으로 가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예민하다 보니 심리적 압박이 온 것 같았다. “네가 친구보다 몇 시간, 혹은 몇 년이 뒤처지더라도 그건, 네 삶이야. 무엇과도 바꿔지지 않는 너만의 삶인 거지. 네 삶을 살아야만 해. 그러니 이제 자신을 스스로 돌보도록 해, 어쩌지 못하는 현실을 원망하지 말고 자신을 위로하고 배려하며 군에 가기 전까지 즐겁게 있도록”하라고 격려했다.

소크라테스가 자기 돌봄(epimeleia)의 캐물음으로 살았다면 스승의 영감을 받아 같은 철학의 길을 간 플라톤은 인간의 본래적인 삶과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전인적인 내면화를 주장하며 그 자세와 행위의 가치인 ‘절제’ ‘용기’ ‘정의’ ‘지혜’를 제시 했다. 이중 ‘절제(self-restraint)’로 번역된 헬라어를 ‘소프로쉬네(sophrosyne)’라고 한다. 이것은 자기인식과 자기 돌봄의 능력으로서 플라톤 철학체계 안에서도 ‘자기통제, 자기배려, 자기존중, 자기치유, 자기 안에서 거룩함 발견하기, 자기 안에서 즐거움 느끼기, 자기 확신’등 자신과의 영적, 정신적, 감정적, 신체적인 ‘자기관계’를 총칭한다.

인간은 내면으로부터 깊은 의미와 울림으로 감동될 때 삶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행복으로 나아간다. 단순히 아파트 평수와 연봉이 늘었다고, 혹은 성적이 오르고 진급이 되었다고 느끼는 행복감은 현상이지 본질적이고 본래적인 인간의 존재의미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플라톤은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거나 부여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즉, 현상적인 목표를 넘어 내 삶의 본질적인 의미에 도달하고 있는지 자신을 돌보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소프로쉬네로서 ‘자기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현상과 본질을 분별하는 감각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자기 돌봄과 하루하루 뻗어나가는 삶의 과정을 통해 나의 존재가치와 의미를 온전하게 획득하는 사유의 훈련이 필요하다.

여기에 플라톤은 자신과 타자가 함께 소프로쉬네 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 맺기’를 ‘디카이오쉬네(dikaiosyne)’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정의(Justice)’로 번역한다. 종종 우리는 나에겐 진정성 있는 삶이지만 타자에게는 강제와 강압으로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할 때가 있다. 타자에 대한 애정과 사랑, 진정성이 폭력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민감하게 깨어 있는 것이 디카이오쉬네로서 ‘타자관계’의 중요한 핵심이다.

우리는 이제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삶의 본질적 의미를 캐묻고 본래적 가치를 선택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끊임없는 ‘소프로쉬네’와 ‘디카이오쉬네’적인 자세로 사유하며 자신을 스스로 훈련해야만 한다. 이러한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내공은 더욱 정의롭고 살맛 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첫 발자국이 될 것이다.

언제나 늦은 시작은 없다, 지금도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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