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성공에 부쳐
대한민국연극제 성공에 부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6.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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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내일이면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6월 3일 개막식을 필두로 20일간의 연극의 향연이 충청북도의 수부도시 청주시 일원에서 펼쳐졌다.

청주예술의전당에는 날마다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수준 높은 연극공연이 두 차례씩 펼쳐졌고, 공연장 밖에는 주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거리공연이 펼쳐졌다. 연극인들은 저마다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고, 청주시민과 연극마니아들은 모처럼 연극예술의 진수를 만끽하는 행운을 누렸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청소년들의 관람태도나 초기 야간 소음문제 등 일부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지만 운영과 흥행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축제다운 축제였다. 하여 집행위원장을 맡아 수고해준 충청북도연극협회 진운성 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유치는 충북연극협회와 충청북도의 집념어린 노력의 산물이었다.

대한민국연극제가 창설된다는 정보를 처음 입수한 것은 필자가 충북도 문화예술과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초였다. 올림픽의 메카가 된 그리스 아테네처럼 이왕이면 충북도가 1회 연극제를 유치해 연극예술의 메카가 되게 하자고 연극협회 임원진들과 의기투합했는데 후임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유치에 성공해 빛을 보게 되었다.

연극은 공연예술이자 무대예술이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각자 맡은 역을 연기로 표현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배우, 무대, 관객, 희곡을 연극의 4요소라 부르지만 무대장치(미술), 조명, 음향효과, 의상, 분장, 안무, 음악 등이 망라되기 때문에 협업예술 또는 종합예술이라 부른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배우가 무대에서 직접 공연하는 일회성 예술이기 때문에 연극이 주는 감동은 아무리 같은 작품을 되풀이한다 해도 무대와 객석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말미암아 동일할 수 없다.

순수예술인 연극이 안방극장인 TV드라마와 거대자본이 동원되는 상업영화에 밀려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울의 몇몇 배우들 외에는 전업배우로 살기가 녹녹지 않다. 지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분명 좋은 배우가 있고 좋은 작품도 있건만 무대가 빈약하고 찾는 관객도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도나 시·군의 지원은 허울 뿐이고 극단이나 작품에 투자하거나 지원하는 기업이나 독지가도 별무하니 다들 죽을 맛이다.

충북은 특히 청주는 지금도 3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극단이 다수 있고, 유해진과 유순웅 같은 걸출한 연극배우를 배출해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그럼에도 변변한 공립 연극장이 한 곳도 없는 부끄러운 고장이기도 하다.

영세한 극단이 극장마저 임대해 쓰다 보니 배우들 출연료 주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다행히 일년에 2억원씩 2년간 지원하는 도지정예술단에 연극이 들어 있어 숨통이 다소 트이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충북도와 청주시가 공동출자하여 300석 규모의 연극전문 소공연장을 만들어 문화재단이나 연극협회에 위탁 운영함이 옳다.

각 극단이 전기료 청소비 등 시설관리비만 부담해 쓰면 보다 안정적으로 연극공연을 펼칠 수 있고 도민들도 쾌적한 공간에서 격조 높은 연극예술을 향유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아무튼 내일이면 ‘대한민국, 연극에 살다-생명의 울림 희망의 향연’을 슬로건으로 내건 대한민국연극제가 막을 내린다.

연극은 반전의 묘미가 있어 좋다.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를 잘 치른 만큼 청주시를 연극의 메카도시로 연극예술의 성지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연극제 유치의 숨은 뜻이요, 반전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연극인들이여 단결하라. 그리고 앞장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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