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꿴 호랑이
줄줄이 꿴 호랑이
  • 민은숙<괴산 동인초>
  • 승인 2016.06.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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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지난 1월 나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명한 서점인 엘 아테네오에 있었다. 엘 아테네오는 오페라 극장을 서점으로 개조해 운영하는 곳으로, 관광 명소 중의 하나기도 하다.

아름다운 엘 아테네오의 지하에 있는 어린이 서가의 수많은 책 속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설마 하고 본 책에 있던 한국 작가의 이름이 매우 기뻐서 감격의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줄줄이 꿴 호랑이(권문희·사계절출판사). 직역된 표현인 ‘tantos tigres atados…’이다.

줄줄이 꿴 호랑이는 우리의 전래동화를 권문희 선생님이 새롭게 다시 그린 작품이다.

슬기롭지만 게으른 아이가 아랫목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참깨를 키우고, 참깨로 참기름을 만든다. 참기름을 강아지에게 발라주고, 산에 강아지를 묶어 둔다. 고소한 냄새에 호랑이 한 마리가 강아지를 삼키고, 강아지는 호랑이 똥구멍으로 나오고, 그 과정이 반복된다. 결국 모든 호랑이를 다 잡아 가죽을 내다 팔아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어렸을 적에 호랑이는 괴물 같은 이미지였는데, 해님 달님에 나오는 호랑이 등 여러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 옛 이야기의 호랑이는 어리석고 순박한 이미지다. 생긴 건 못된 괴물인데, 막상 하는 짓을 보아하면 생긴 것처럼 무섭고 악한 이미지가 아니다. 오히려 호랑이가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다른 나라의 동화를 읽다 보면 의외로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많아서 과연 괜찮을까 싶기까지 한 이야기도 많다. 커서 읽은 동화의 이야기는 동심파괴 이야기도 많고, 악인이 너무 잔인한 벌을 받는 거 같아 거리껴지기도 했다. 그런 걸 보아 하면 우리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뭔가 순박하고, 다정하고, 잔잔한 이야기가 많은 거 같아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흐뭇하게 함께 읽을 수 있어 좋다.

이 이야기를 읽을 다른 나라의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읽어 줄 엄마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본다. 다른 나라 이야기와는 다른 우리나라 이야기만의 맛을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한강 선생님의 채식주의자의 맨부커 상 수상 소식. 그리고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의 방한 소식을 들었다. 방한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번역하면서 소주, 만화, 언니, 형이라는 한국어를 그대로 썼다는 인터뷰를 봤다. 우리 고유의 막내 maknae 라는 표현이 K-POP 스타 스페인어 위키에 그냥 적혀 있는 것을 종종 본다. 그것처럼 우리 문학을 우리 표현 그대로 널리 알리려는 노력이 좀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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