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축제, 다수당의 의장 선출
그들만의 축제, 다수당의 의장 선출
  •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 3)
  • 승인 2016.06.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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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 3)

교황을 선출하는 것을 콘클라베(Conclave)라고 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함께 가진 추기경단이 유폐된 방에 들어가 외부와 단절된 채 교황 선출 때까지 투표와 협의를 계속한다.

바야흐로 충북도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의 후반기 의장 선출과 원 구성 시기다. 지방의회의 의장 선출에 교황 선출 방식이 원용되고 있다. 선거권자이면서 피선거권자인 의원들이 후보자 등록 등의 절차 없이 상호 투표를 하게 된다. 지방의회가 부활되면서 교황 선출 방식이 도입된 것은 의장 피선거권을 가진 의원 모두가 합의를 이뤄 대표를 뽑으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 이런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일부의회는 후보자 등록제로 전환하기도 하고, 변형해 본회의에서 정견발표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충북도의회는 후자에 속한다.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는데, 정견 및 소견을 발표할 수 있도록 회의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의장 선출은 형식만 교황 선출 방식을 일부 따왔을 뿐 내용을 들여다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도 전체가 아닌 다수당의 ‘다수결 횡포’를 용인하고 있다. 다수당 의원들이 자기들끼리만 의장 후보를 뽑은 다음,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추인 받는 형식이다. 다수당 의원들이 결정한 후보를 단 한 명만 추천함으로써 소수당(무소속 포함)의원들의 선거권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의회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가끔씩 소수당 의원들이 다수당 내 의사결정에 불복한 의원들과 합세해 다수당의 결정을 뒤엎기도 한다.

의장 선거에서 소수당 의원들의 의사결정 배제는 의회운영에까지 계속 연장되기 십상이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독식한 10대 도의회 전반기가 그 예다. 전반기 의회 내내 협의와 타협보다는 다수당의 힘의 논리가 앞서면서 갈등과 반목이 끊이질 않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의장 선거과정에서 지방의회의 정당 예속성이 강화되고 독립성은 크게 취약해진다. 의장 후보들이 지지세를 확보하기 위해 도의원들을 관장하는 국회의원이나 소속 정당의 힘을 빌리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와 시군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을 앞둔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공식적인 입후보와 선거운동, 후보자에 대한 검증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적극 검토돼야 할 사안이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우선적인 과제는 다수당이 어느 당이 되든지, 소수당 의원들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다수당에서 의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는 방안이다. 의장이 다수당 몫임을 인정하고 후보를 복수로 추천함으로써 다수당 뿐 만 아니라 소수당 의원들에게까지 실질적인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야 전체 의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의회 대표를 선출할 수 있고 의장의 대표성도 강화된다. 의회운영에서도 의장은 소수당의 실체를 인정하고 배려하게 되며 소수당 의원들도 자신들이 선택한 의장을 존중하는 상호협력 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당으로부터의 독립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의장은 전체 의원들의 대표이지, 다수당 의원들만의 대표가 아니다. 모든 의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의장이 될 수 있다. 그래야 힘의 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전체를 이끌어가는 민주적인 의회운영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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