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공연
거리공연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16.06.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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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용례

청주 성안길 로데오거리에서 우스꽝스런 옷과 도구들을 가지고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몸속에 집시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 끼가 넘쳐서 길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럽이나 서울 대학로에서는 거리공연을 쉽게 볼 수 있다. 즐길 줄 아는 그들은 좋아 보이면서 나는 즐길 줄을 몰랐다. 그런데 성안길에서 어떤 사람은 맨바닥에 철석 주저앉아 넋을 잃고 구경을 한다. 또 젊은 사람이 너무나 즐겁게 즐기기에 물어봤다. 그의 대답이 놀랍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공연을 본 것은 하루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한다. 또 공연을 하는 옆에서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는 손님을 반기기는커녕 얼른 사라고 재촉을 한다. 곧 공연이 시작할 거라며 물건 파는 건 건성이고 공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나는 생리적 목이 마른데 이분은 공연, 볼거리 예술에 목이 탔구나 싶다. 거리공연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문화의 갈증을 해소 시켜주는 청량음료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좋아하시니 거리공연을 하시는 배우들이 힘을 얻지 싶기도 하다.

지금 청주에서 하는 거리공연은 대한민국연극제를 하면서 부대행사로 성안길에서 행사 기간에만 행해지는 거리공연이다. 이번 거리공연에서 부토무용가 서승아씨를 만났다. 생소하기만 한 부토 춤은 ‘임종을 맞은 사람이 몰아쉬는 마지막 숨, 혹은 일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시체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춤이라고 한다. 원로 부토 무용가인 오노 가즈오는 “부토 무용수는 자신이 소우주의 중심이 되어 우주의 힘을 몸속으로 끌어당긴다. 그러므로 부토는 곧 우주 자체”라고 말했단다.' 그의 말대로 영혼이 움직이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부토 춤이라고 한다. 서승아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토무용가라고 한다.

서승아씨는 거리에서 공연하다 보니 주변 상인들과 불편할 때가 있단다. 생계에 대한 위협은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전투라며 그들이나 자기나 똑같이 노점상이라고 말한다.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며 주변상인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함께 즐긴단다.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들, 그들은 철저한 프로다. 그들이야말로 자기 인생을 자기가 주도하면서 사는 것 같다. 나는 음악회나 연극공연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거리공연을 하는 배우들이 왜 측은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시야는 어떤 한계선을 넘지 못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훌륭한 끼를 발산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뜨거운 날씨에도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에 존경심이 생긴다. 거리에서 공연하면서 저리 행복할까 싶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표정은 행복하다. 사람들이 박수쳐주고 웃어주면 한없이 행복하다는 순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열정은 유월 땡볕처럼 뜨겁다. 거리공연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즐기는 문화다. 예술가와 관객이 하나 되는 공연, 비 계획성의 묘미를 즐기는 예술이다. 거리에 활기를 넣어주고 서민들이 일상에서 여유를 즐기기 위해 문화적 흥취를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거리공연은 젊음이다. 용기다. 자유다.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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