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바로 세워야
지방의회 바로 세워야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6.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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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방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 준비에 들어갔다. 다른 때와 다름없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에 의원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듯하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지방의회도 조직이니까 어쩔 수 없이 감투싸움은 있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그 자리에 걸 맞는 정책을 내고, 그 정책공약들을 실현해 나갈 자신의 역량을 의원들에게 잘 알려 정정당당하게 알맞은 자리를 차지하는 다툼이라면 얼마든지 권장할만하다.

그런데 지금 충북도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투싸움은 보기 흉하다. 벌써부터 의장후보들이 의원모임이라는 명분으로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그 자리에서는 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약속하기도 한다는데 그런 야합의 결과로 전반기에는 새누리당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도의회 감투를 모두 차지하는 전대미문의 원 구성으로 의회민주주의에 큰 오점을 남겼다. 그렇게 편 가르기와 나눠 먹기식 원 구성의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2년 동안 도의회가 한 일이라곤 명분 없는 예산삭감, 예산에도 없는 도의회 건물 리모델링 비용 150여억 원 책정, 혁신학교 발목잡기, 누리과정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당의 하수인 노릇 등 도민의 공분을 사는 일 뿐이었다. 한술 더 떠서 도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를 자기 지역구에서 거의 대부분을 쓰고,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등 마치 개인 쌈짓돈 쓰듯 하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충북도의회의 전반기를 돌아보면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감투자리는 의회가 잘되도록 고심하며 일하는 자리가 아니라 개인의 욕심을 채우고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을 보태는 자리에 불과했다.

청주시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청주청원통합 원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주시의회에 대한 평가는 내놓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어떤 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보안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았고, 또 어떤 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에 일감을 몰아 줬다는 의혹과 장학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 성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가 하면, 시의원 신분으로 농협조합장 출마, 교통사고 후 뺑소니, 공공설치물 임의철거 등 시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비리와 문제들이 불거졌다. 또 시의회 활동 면에서도 낙제점이다. 연초제조창 부지 활용방안 논란, 청주시 청사건립 문제, 노인전문병원 폐업 등 통합청주시의 중요한 현안 앞에서 시의회의 역할은 없었다. 주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회의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당의 시장을 보호하려는 정당 이기주의에 빠져 청주청원통합원년 시의회라는 역사적 의미를 퇴색 시켰다.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의 난맥상은 의회 지도력과 무관하지 않다. 전반기 의회를 보면서 의장의 역할이 있었다면 도의회나 시의회가 이렇게 까지 도민과 시민들의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립의 입장에서 다수당과 소수당의 의원들을 다독이며 합리적인 운영을 해 나가야할 의장이 제 식구 감싸기, 자기 정당 감싸기에 앞장섬으로써 의회를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재의 의장 선출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다수당 내에서 의원들 간의 줄서기와 편 가르기, 도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 등이 작용하는 상태에서 뽑힌 의장이 소신껏 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고 싶어도 따라주지 않는다. 권위의 상실이다. 그런데도 죽자 사자 의장자리에 욕심을 내는 것은 의장이 누리는 쏠쏠한 권력과 그것을 발판으로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실현시키는 이력으로 삼고자함이 아닌가 싶다.

이제 도의회든 시의회든 의장 선출방식을 바꾸어야한다.

말이 좋아 교황선출 방식이지 다수당의 밀실야합 선출방식을 버리고 투명하게 선출하는 진정한 의회 민주주의를 실현해야한다. 의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출마하여 전체 의원 앞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비밀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방식 말이다. 소수당의원들의 지지까지 받으며 선출된 의장이니 분명 권위와 지도력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의회 본분의 역할을 해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다 이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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