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에 대하여
죄에 대하여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06.1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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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죄(罪)의 사전적 의미는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 잘못이나 허물로 인하여 벌을 받을 만한 일입니다.

천주교나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계명을 거역하거나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죄라 이릅니다. 유의어로 죄업, 죄악, 죄과 등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죄를 짓고 삽니다. 더러는 본의 아니게 죄를 짓고,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죄를 짓습니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짓는 게 바로 죄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속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벌거벗고 있어도 새 이부자리에 똥오줌을 싸도 금붕어가 노니는 유리어항을 깨도,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집어던져 생채기를 내도 벌할 수 없습니다. 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가 커서 철이 들면 달라집니다. 부끄러움을 알게 되면서 음부를 가리고, 욕심이 생기면서 속내를 감추려 하지요. 죄가 싹트기 시작하는 전조현상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짓습니다. 아니 양심에 반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죄를 낳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지은 죄를 합리화하기도 하고, 남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참 무서운 죄입니다.

죄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실정법을 어기는 범법행위와 양심에 반하는 부도덕한 행위입니다. 다시 말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죄와 자신의 양심에 흠집을 내는 죄로 대별 됩니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어기면 공권력에 의해 영어의 몸이 되거나 벌금을 내는 등의 징벌을 받지만, 양심의 죄는 자신을 옥죄는 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실정법은 고발당하지 않거나 적발되지 않으면 단죄 받지 않습니다.

똑같은 죄를 지었는데 누구는 감방에서 죗값을 치루고 있고, 누구는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자유를 구가합니다. 제 발 저릴 법도 한데 오히려 큰소리치고 삽니다.

선거사범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똑같이 선거법을 위반했는데 고발당하거나 적발되면 법의 심판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넘어갑니다.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세상입니다. 있는 사람은 죽을죄를 저질러도 돈으로 사함 받고, 없는 사람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훔친 빵 하나로 철창신세를 지는 참으로 야속한 세상입니다.

마하트마 간디가 말한 세상의 일곱 가지 큰 죄가 울림을 줍니다. ‘노력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업, 인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기도, 원칙 없는 정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치 요즘 대한민국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병리현상을 족집게처럼 예견 한 것 같아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 없다 했습니다. 그러므로 먼지는 수시로 털어내야 합니다.

먼저 거추장스럽게 입고 다녔던 위선의 옷과 가식의 옷을 벗어던지고, 조용히 무릎 꿇고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회개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아니 새 사람이 됩니다.

아무튼 죄를 지으면 어떤 형태로든 죗값을 치르게 되어 있고, 선하게 살면 후대에서라도 보상을 받게 조물주는 역사합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원망하지 마세요. 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흉보고 티격태격 싸우며 사는 게 삶입니다.

그래도 죄 지은 어제와 속죄할 수 있는 오늘이 있다는 건 분명 축복입니다. 나에게도 그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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