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소나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6.15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최 승 호

 

머리털 빠지는 산성비가 쏟아지길래
하까다 우동집 앞에 서서 비를 피했지.
우동집 식탁들은
불어터진 시간을 먹는 얼굴들로 꽉차 있더군.

비가 그칠 듯
그치지 않아
우산 파는 집을 찾아 길을 떠났지.
머리가 뭐길래
손바닥으로
비대해진 머리를 가리고
흠뻑 쏘다니다 마침내 우산을 샀지.
우산을 쓰고 나오니까
하필 그때 비가 그치더군.

당신은 그게 다야 그게 다야라고 말하겠지만
슬픔엔 짠 슬픔도 있고
싱거운 슬픔도 있다네.

 

# 급작스레 내린 소나기에 발이 묶인 적이 있을 겁니다. 우산을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주춤대는 사이 한 줌 처마에 몸을 의지하고 바라보는 하늘과 빗방울은 왠지 속이 시원해집니다. 별스럽지 않은 일상이 딱 정지되는 순간, 숱한 갈림길도 길을 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