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남발하는 충북도정
외래어 남발하는 충북도정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6.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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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충북도의 외래어 사용이 도를 넘고 있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꾸는데 앞장서야 할 충북도가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어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충북도가 지난 5월 31일 현 여성발전센터 연접 부지에 76억 원을 투입해 지하1층 지상3층의 여성중심복합건물을 근사하게 지어 문을 열었다.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으니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시설명이 ‘충청북도미래여성플라자’다.

공모를 통해 붙여진 이름이고, 서울특별시도 여성플라자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플라자가 무슨 뜻이냐고 택시기사한테 물어보고, 몇몇 여성계 인사와 도·시·군공무원들에게 물어보았다. 민망하게도 브라자는 알아도 플라자는 모른다는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플라자란 백화점처럼 관련 업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을 일컫는다. 그에 합당한 좋은 우리말 이름이 얼마든지 있는데 정체성이 모호한 외래어를 붙일 하등의 이유가 없다.

충북도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국외용 영문표기 행사명을 함께 쓸 터인데 어눌하고 어색한 한글과 외래어의 조합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마스터십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도민들이 허다하니 대회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하거나 말거나다. 부르기 쉬운 주민친화형 이름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이름은 누구나 알기 쉽고 부르기 좋아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충북도의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은 시설명과 행사명만이 아니다.

충북도가 생산하는 각종 보고서와 공문서에도 비전ㆍ미션ㆍ프로세스ㆍ프로젝트ㆍ바이오벨리와 같은 국적불명의 외래어들이 상당수 들어 있다. 사용어휘와 사용빈도가 증가일로에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실로 크다. 외래어를 써야 유식하다는 외래어사대주의가 공직에까지 스며든 탓이다.

시대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지만 그런 표현을 좋아하거나 용인하는 리더, 다시 말해 도지사의 인식과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공무원들은 인사권자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행태를 쫓는 귀재들이다. 도지사가 외래어를 싫어하면 안 쓰고, 좋아하는 것 같으면 경쟁적으로 쓰게 되어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외래어를 무비판적으로 쓰게 되면 마치 토종어종을 잡아먹는 부르길과 배스처럼 기능 하게 돼 우리말과 우리글의 추락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

모텔과 호텔이 여인숙과 여관을 도태시켰듯, 미장원이 헤어숍으로 간판을 갈듯 기존의 우리말 행정용어들이 뒷전으로 밀리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다.

미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글은 글자의 우수성 때문에 살아남으나 우리말 한국어는 도태되고 말 거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필자가 충북도 문화예술과장 재직 시에 우리말 순화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바 있다. 고착화된 외래어도 학계와 언론계의 조언을 받아 우리말로 변환시키고 부서별로 관행적으로 써왔던 외래어에 제동을 걸어 반짝 효과는 봤으나 대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충북도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자임하는 도이다.

그래서 묻는다.

외래어를 써야 중심도가 되는가? 외래어를 마구잡이로 써야 글로벌한 충북도가 되는가? 외래어를 쓰면 도민들이 행복해지는가?

그렇지 않다면 올림픽과 인터넷 같은 일반화된 외래어 외에는 가급적 우리말을 쓰라.

충북의 정체성과 충북의 혼이 결여된 지역발전은 사상누각이다.

그러므로 충북도는 더 이상 어줍은 외래어로 도민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갈고 빚는데 앞장서라. 그리하여 우리말 중심도 충북으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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