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 하은아 <증평도서관>
  • 승인 2016.06.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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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면 모든 일에 서두르게 된다. 차분하게 계획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두서없이 왔다갔다 일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친구의 만나자는 전화에, 영화라도 한 편 보자는 남편의 말에, 집에 잠깐 들르라는 엄마의 말에도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이 ‘시간이 없어!’이다. 마음에 무언 가가 가득 차 있어 생각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책 한 권 여유롭게 읽을 시간을 만들지 못하는 요즘이라 더욱 그러하다.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읽던 책들은 책장에 꼽혀 내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꺼내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분명 핑계이다. 하지만 ‘오늘은 좀 읽고 자야지’ 하는 굳은 다짐에도 어느새 아이 옆에서 함께 자 버린다.

이런 나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그림책이다.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읽어주라며 여기저기서 선물 받은 그림책. 책이 먹는 것인지 장난감인지 관심이 없는 아이에게 하루에 한 권이라도 읽어주려 그림책을 고르고 고른다.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 그림책을 읽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도 아이는 뛰어다니느라 분주하다. 아이를 위한 독서가 아닌 나를 위한 독서가 되고 있다.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패트릭 맥도넬 글·나는별)도 이렇게 만났다. 검은색과 흰색,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그림과 한 줄의 이야기가 한 장 한 장 책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짧은 한 문장 속의 글 무게를 마음속에 담느라 다음 장 넘기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단순한 그림이지만 글로써 표현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의 매력이 돋보인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얼에게 무언 가를 선물하고 싶어 하는 무치의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선물하고 싶은 무치에게 세상은 너무 많은 것이 가득 차 있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을 선물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마트에 가 보아도, 텔레비전을 보아도 가득 찬 것뿐이다. 오랜 고민 끝에 찾아낸 아무것도 없는 것을 상자에 담아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얼에게 선물하는 무치. 상자를 열어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당황스러워 하는 얼에게 무치는 말한다. ‘너랑 내가 있잖아.’

우리는 매일 무언 가를 산다. 어제도 샀지만 오늘이 되면 살 것이 또 생긴다. 무엇을 사지 않으면 이상한 것처럼 이것저것 사서 주변에 넣어 놓는다. 매우 필요하다 생각해서 샀지만 막상 사고 나면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계속 무언가를 사게 된다. 그런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선물하고 싶다. 무치가 얼에게 해준 것처럼. 내가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우리가 함께 있으며 모든 것을 같이하는 그런 소중함을 살 것 많고 볼 것 많은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족과 함께 방바닥을 뒹굴며 까르르 웃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무치와 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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