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살기 두려운 대한민국
여성으로 살기 두려운 대한민국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6.12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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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3팀장(부장)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기가 두려워졌다. 모든 여성들은 대문 밖만 나서도 언제 맞닥뜨릴지 모를 폭력 속에 놓여 있다.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보면 여성은 남성의 폭력 앞에 무방비한 존재일 뿐이다.

지난 5월 서울 강남의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은 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여성 살해에 이유가 없었다.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이다.

평소 범인은 여성혐오 증세를 보였다고 하지만 단순히 여성혐오라는 말로 이 사건의 본질을 덮기엔 너무 폭력적이었다. 또한, 여성 혐오라는 말 자체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잘못을 범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여성계에선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화장실에 갔다가 얼굴도 모르는 범인에게 꽃 같은 목숨을 잃으면서 그 죽음은 모든 여성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동질적 불안과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다.

무차별 폭력은 나이도 불문이었다. 이어 터진 증평 할머니 살해사건은 또 다른 측면에서 사회적 충격을 던졌다. 단순사망인 줄 알았던 시골마을 80대 할머니가 CCTV 확인 결과 이웃 마을에 사는 50대 남성에게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목을 조른 뒤 성추행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범인의 DNA조사 결과, 몇 년 전 인근 마을에서 벌어진 비슷한 성폭력 사건에 연루가능성이 나타나면서 안전은 어디에서도 보장될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발생한 섬마을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어찌 보면 여성들에게 ‘성’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 섬마을 사건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해 여성이 숨죽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한 이 사건은 고립된 공간 속에서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린 여교사에게 독한 술을 억지로 먹이고, 3명이 밀당해 차례차례 성폭행까지 한 그들의 몰염치. 여기에 마을공동체라는 특유의 문화는 이들의 선처를 요구하는 가족의 모습까지 버무려져 전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성폭행당한 여교사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그대로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 사건은 그러나 불안을 없애기보다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남성 성교육의 문제부터 여성의 행동거지까지 거론되더니 결국 CCTV설치라는 허술한 방편만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기계에 의지한 안전의 한계는 사후약방문이 되기 십상이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묻지마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힘없는 여성들에게 자행되는 폭력 앞에 여성들은 불안하다. 수락산과 사패산에서 등산하던 여성이 단순히 살해되는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일상생활도 불안해지고 있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더 큰 불안을 낳고 있다.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불안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많은 여성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이 대한민국에서 여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현주소다. 안전을 외칠수록 안전하지 않은 나라, 불안에 떨면서도 불안이 감해지지 않는 나라에선 안전한 삶도 보장받을 수 없다. 난무하는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를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예방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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