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극에 살다
대한민국, 연극에 살다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6.06.0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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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잘생긴 콧수염은 보기에도 좋았지만, 학창시절 친구의 얼굴은 꽤 수척해 보였어요.

커다란 일을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마음의 짐도 태산처럼 무거웠을 겁니다.

생업으로 삼기엔 겁이 날 법도 한 연극판에 뛰어들어 거뜬히 한 세대를 보낸 친구를 ‘계자님’(‘관계자’라는 말이 딱딱하게 여겨지기도 해서 나름 대체한 표현임)으로, 하는 일마다 어리숙하지만 조금은 귀여운 구석이 있기도 한 저를 ‘어벙님’으로 하는 가상(假想)의 인터뷰를 옮겨 보고자 합니다.

어벙님: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이곳 청주에서 열리고 있군요.

계자님: 33년의 전통을 지닌 전국연극제를 올해부터 서울을 포함한 16개 시·도가 모두 참가하며 명칭을 바꾸어 개최하게 되었는데, 첫 단추를 끼우게 돼 영광입니다. 벅찬 감격에 잠 못 이룬 날들도 많았죠.

어벙님: 연극제는 어떻게 꾸려지는가요.

계자님: 지난 3일 오후 7시에 이미 개막은 했습니다. 앞으로 22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및 청주시 일원에서 각 시·도 대표팀의 연극 경연을 비롯한 거리공연과 체험행사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전개될 겁니다.

어벙님: 연극제의 주제가 궁금합니다.

계자님: ‘대한민국, 연극에 살다! 생명의 울림·희망의 향연’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극에만 살고픈 모든 연극인들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무대에서 이 시대가 갈급해하는 생명과 희망이란 두 개의 샘물을 시원하게 길어 올리고 싶군요.

어벙님: 연극이란 무엇인가요.

계자님: ‘극장’을 가리키는 영어의 ‘theater’가 어원적으로는 그리스어의 ‘theatron(구경하는 곳)’에서 나왔더군요. 이 세상에 태어나 눈을 감기 전까지 우리는 무엇인가를 보면서 살아가야 하잖아요. 구경한다는 말은 어떤 것에 흥미나 관심을 두고 본다는 뜻이니, 의도적인 개입과 참여의 차원까지 가야 하는 것이죠.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구경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봐야만(구경해야만) 하는가?” 연극은 이런 물음과 연관된 예술이 아닐까요?

어벙님: 말씀을 듣다 보니, 볼 거 못 볼 거 다 보고 사는 게 인생이니까 인생이 곧 연극이란 생각도 듭니다.

계자님: 연극 같은 인생, 뭐 이런 얘기를 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테니까 다른 얘기로 돌리는 게 어떨까요.

어벙님: 연극을 하면 좋은 게 있나요.

계자님: 연극이란 것을 드라마(drama)라는 용어로 연결해 이해하면 좋을 것 같군요. 드라마는 ‘극적 사건(劇的 事件)’이란 뜻도 지니고 있잖아요. 연극이 우리의 일상으로까지 제대로 확장될 수만 있다면, 드라마 같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응도 적잖이 달라질 수 있겠죠.

시간 관계상 계자님과의 꿈같은 대화를 다 옮기지는 않겠습니다.(예술 장르간의 연극의 통섭적 역할, 순간예술로서의 연극의 가치, 연극이 쓰는 원형 공간의 효과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거든요.) 모쪼록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대한민국이 연극에 살아 더욱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오늘이군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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