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미세먼지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6.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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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미세먼지가 공포수준이다. 어떤 날은 스모그가 낀 것처럼 하늘이 온통 뿌옇다. 무더위가 시작되는데도 미세먼지는 가시질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는 봄철에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주범인 것처럼 여겼는데, 요즘의 미세먼지는 황사와 무관하게도 나타난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 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에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의 중금속과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많은 양을 흡입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이다. 특히 10㎛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인체의 폐포까지 침투해서 배출되지 않고 몸 안에 축적되기 때문에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또 최근에 발표된 서울대보건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미세먼지가 고혈압 발생률을 높인다고도 한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공포수준으로 확산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그런데 정부부처가 내놓는 대책이라는 것들이 한심한 수준이다. 환경부는 경유에 세금을 더 매겨 경유소비를 줄이자 하고, 기획재정부는 경유차량의 환경개선부담금을 올리자고 한다. 그리고 생선을 구울 때 나오는 연기가 초미세먼지라며 삼겹살이나 생선구이 같은 직화구이집을 규제하겠다고 한다. 참 소가 웃을 대책들이다. 역시 친재벌, 친기업, 시장주의 정부가 맞는 것 같다. 경유차량이 문제면 차량에 미세먼지 저감장치 의무화를 먼저 생각하고, 경유나 벙커C유 등의 소비가 훨씬 큰 산업체나 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함에도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 생각부터 하니 말이다. 그리고 2009년 한국에너지기술원(KIER)이 발표한 “연료종류에 따른 자동차연비, 배출가스 및 CO₂배출량 실증연구”를 보면 경유자동차에 DPF(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하여 조사했을 때 LPG나 휘발유 같은 다른 연료와 배출가스가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급조되고 주먹구구인지를 보여준다.

온 나라가 미세먼지로 떠들썩하고, 청정지역이라고 자랑하는 충북의 산하도 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였는데 충북도나 청주시 차원의 미세먼지 대책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은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을 일은 분명 아니다. 충청북도는 ‘사즉생충(四卽生忠)’이라며 충북경제 4%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주시도 모 기업이 청주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하자 시 청사에 청주시민의 영광이라는 현수막을 내 걸 정도로 기업유치에 혈안이다. 그런데 그렇게 달성하고 싶은 경제 목표나 기업유치는 환경문제와 직결된다. 무슨 독성물질을 사용하는지, 얼마나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기업유치와 경제목표 달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올바른 지자체의 자세가 아니다. 멀리 보면 충북과 청주를 가장 깨끗한 환경의 고장, 청정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이 공장 몇 개 더 유치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일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제 충북도와 청주시가 미세먼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 미세먼지는 중앙정부가 해야 할 업무라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자체 나름대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충북도는 도내 기초단체들과 협력하여 도내 공단에서 배출되는 독성물질이나 매연, 분진이나 미세먼지 등에 대해 관리 감독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시급할 것이다. 그리고 도내에 운행 중인 시내버스들을 천연가스 차량으로 바꾸는 계획을 세운다든지 찾아 나서면 얼마든지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지역난방공사의 연료를 벙커C유에서 천연가스로 바꾸는 일이 우선 시급한 일이고, 도심을 빈번하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모두 천연가스 차량으로 바꾼다든지, 도로를 청소하는 차량이나 살수차량을 늘리는 일, 도심내의 차량속도를 규제하는 등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월 5일은 UN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이다. 환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물은 이미 사먹게 된 지 오래고, 가습기 살균제 같은 화학물질들은 우리의 생활환경을 오염시키고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이다. 거기에다 마시는 공기까지 마음대로 마실 수 없게 됐으니 참 문제다. 다른 분야는 사 먹거나 사용을 억제하면 피할 수 있다지만 호흡하는 공기는 사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으니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기환경을 깨끗이 하는 일은 미루거나 누구에게 맡겨 놓을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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