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의미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6월의 의미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 정규호 <문화기획자 ·칼럼리스트>
  • 승인 2016.05.3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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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정규호

누가 뭐래도 6월은 사람으로부터 온다. 사람에게로 다가오는 6월은 결코 혼자서 오는 법이 없다.

‘당신에게선 꽃 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는 깨우고 가네요’로 시작되는 남성 듀엣 <4월과 5월>의 노래 <장미>를 흥얼거리는 사이, 무리지어 흐드러진 장미꽃 넝쿨처럼 6월은 얽히고 설키며 여럿의 모습으로 온다.

가장 안정적인 숫자 3의 배수인 6은 사람과 깊은 인연이 있다. 기독교적으로는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여섯째 날 인간이 창조되었고, 인체는 육각수로 형성돼 있음도 6월이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오는 필연과 맞닿아 있다.

세상살이에 6의 인연은 참 여러 가지다.

인간의 몸은 오장육부로 이루어졌으며, 지구상의 사람들은 여섯 개 대륙에 나누어 산다. 사람의 도리는 육법전서에 의해 기준이 되고, 6하 원칙에 의해 표현되는 말이라야 완벽하게 이해가 된다.

천부경에서는 천(天), 지(地), 인(人)의 1, 2, 3을 합친 숫자 6을 통해 공존을 상징한다. 게다가 사람에 해당하는 숫자 3의 배수인 6은 사람과 사람, 곧 인간세상의 조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 6월이 결코 혼자서 오지 않음은 5월을 지내고 나서야 더욱 새로워지는 그 속뜻을 알게 된다.

봄이 지나고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은 결코 쉽지 않다. 조국과 민족, 그 여럿의 공동체와 그들의 평화를 잊지 말자 다짐하는 6월6일은 혼자가 아닌 여럿의 처연함이고 숭고함이나, 결국 따지고 보면 희생과 함께하는 개개인의 비극이 아닌가.

그리고 1980년 5월부터 1987년 6월까지, 5.18과 6.10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상징은, 불과 23일을 침묵하게 한 뒤 비로소 자유와 민주가 용솟음치게 하는 여럿의 힘이며,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정의와 진실의 또 다른 이름이다.

혼자 혹은 극히 일부에 의해 저질러지는 독재와 전쟁으로 인해 여럿이 공포에 휩싸이고, 항거와 응전을 통해 죽음을 불사한 여럿의 힘이 뭉쳐진 6월.

당장 오늘 6월1일은 의병의 날이고 4일은 국제침략희생 어린이의 날이며, 지구상 공존을 위한 환경의 날이 5일로 이어진다. 현충일과 세게 아동 노동 반대의 날(12일),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15일)로 숨 가쁘게 이어지는 6월은 현충일과 6.10 민주항쟁 기념일, 6.25 등 여럿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이 유독 도드라지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혼자가 아닌 여럿을, 독재와 전쟁과 학살을 비롯한 인류에 대한 모순을 내내 잊어버리지 않아야 함을 다짐하는 6월. 지금쯤 세상의 모든 꽃들은 혼자 피는 법이 없다.

아! 그런데 그렇게 쓰라린 과거와 역사를 망각하지 말자 다짐을 하건만, 세상은 자꾸만 여럿이 아닌 혼자만을 위한 독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으니. 강남역에서의 20대 여성 희생은 혼자가 아닌, 나약한 여성 전체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 분명하고, 변호사로 변신한 전직 검사가 2013년 한 해 동안에만 무려 91억원의 소득을 올린 것은 혼자 몸으로 저지른 탐욕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여럿이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안전문을 혼자 점검하다 숨진 19살 청년의 희생, 그 모진 길에 남겨진 가방 속 컵라면 하나.

혼자가 아닌 여럿의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향하는 6월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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