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6.05.3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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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얼마 전에 청주 시립정보도서관에서 열린 ‘책 읽는 청주’선포식에 다녀왔다. 이 행사의 모체인 ‘한 책, 한 도시(One Book One City)’독서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부산, 포항, 순천, 원주 등 다양한 도시에서 열린다. 시민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그동안 잊었던 독서의 즐거움을 되찾고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며, 나아가 우리의 삶을 조금은 변화시키는 운동이다.

상반기에는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승효상 저·컬처그라퍼).’가 선정되었다. 선포식에서 승효상 작가를 만나는 행운이 함께 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15년간 김수근 선생 문하를 거쳤다.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건축가가 여행길에서 만난 삶의 풍경을 기록한 인문 에세이다. 책의 서두는 박노해의 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로 시작한다. 시와 책은 제목처럼 닮았다. 저자가 추구하는 빈자의 미학, 비움과 고독, 사유, 시간을 견뎌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그의 일상이 그림 같다. “건축을 하는 한 나는 늘 여행길에 있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환상과 실체 사이에 있는 간극의 크기를 항상 절감할 것이며 그로써 이방인 된 즐거움에 사로잡힐 것이다. 여행이 주는 매력은 치명적이며, 따라서 내 평생 결단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추구하는 여행도 이방인의 즐거움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얼굴을 하고 한껏 누리는 여유와 자유를 늘 동경한다.

저자는 일본의 온천과 우리나라의 온천을 비교하며 화(和)와 화(禍)로 표현한다. 동음이지만 뜻은 큰 차이다. 몇 년 전 일본 유후인의 시골 온천마을에 갔는데 고즈넉하다. 낡은 목조건물과 어우러진 소박한 간판은 정겹다. 유황 내음이 물씬 나는 노천 온천에 앉아 우거진 숲을 보는데 탄성이 나온다. 저자는 이를 자연과 하나 되는 화(和)로 표현했다. 이에 반해 “화려한 간판들의 악다구니와 무례한 형태의 건물들, 지저분함”으로 표현한 우리의 온천에 분노했다. 이를 화(禍)로 칭했다.

그가 손꼽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축은 담양의 소쇄원, 영주 부석사, 안동의 병산서원, 창덕궁의 기호헌, 순천의 선암사 등이다. 책을 읽고 그곳에 가면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아는 만큼 보인다.

건축의 범주는 인문학이라는 시선이 신선하다.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는 비움과 고독을 통해 얻어진다”는 저자의 말이 맴돈다. 남의 눈을 의식한 화려함이 아닌 우리 삶의 선함과 소박함이 일깨워지는 여백이 있는 공간이다. 백 년 후에도 오랜 시간을 견뎌낸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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