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대망론·여권 구애 … 潘 총장 `대선시계' 빨리 돈다
충청대망론·여권 구애 … 潘 총장 `대선시계' 빨리 돈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6.05.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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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 참석 후 대권 도전 시사 발언 촉각

정진석 “김종필 전 총리 만나실거냐” 귀엣말

일각 “존재감 증폭 효과 위한 노림수” 분석도
▲ 26일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제주포럼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제주포럼을 방문해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숱한 뒷이야기를 낳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제주를 방문한 직후 가진 관훈클럽 초청 행사에서 “(올해 말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한국 시민으로 돌아오면 어떤 일을 할지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미국 대선 후보는 76세인데 (대권후보로서 나의) 건강은 문제 되지 않는다. (내가 친박후보라고 해석되니) 기가 막히다”는 등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8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7개월 정도 남았는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많이 도와달라”고 즉답을 피했던 반 총장이었다.

반 총장의 제주 발언은 그래서 준비된 발언으로 해석하는 게 중론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예상은 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깜짝 놀랐다”며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 총장 입장에선 이번 제주 방문을 통해 어쨌든 질문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차기 대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아울러 자신의 모호한 행보가 가져다주는 국민의 불편함을 조금 걷어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초청 대상이 아니었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어수선한 당내 상황을 정리해야 할 정 원내대표가 급작스럽게 제주를 방문해 반기문 총장을 만난 것 자체가 ‘반기문 마케팅’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반 총장이 이날 적극적인 발언을 하면서 의외의 ‘선물’을 던져준 것이다. 25일 만찬 행사는 원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호스트다. 애초 정진석 원내대표는 참석 맴버가 아니었으나 이날 만찬에 헤드테이블에 자리했다.

반 총장은 이날 관훈 포럼 행사가 길어지면서 만찬장에 1시간가량 늦게 도착했지만 만찬 분위기는 그때부터 무르익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만찬 자리에서 반 총장과 동향인 ‘충청’이라는 점을 과시하듯 반 총장과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행사 도중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민감한 시기에 무슨 말을 건넸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당시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이번 한국 방문 기간에 JP(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실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반 총장이 이미 충청권의 큰 인물이 된 만큼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충청 맹주인 JP를 한번 만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권유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그러나 이에 대해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의 이번 제주 방문은 2017년 대선 가도에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키워놓고 ‘자가 증폭’되도록 놔두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반기문 대망론’이라는 에드벌룬을 본인 스스로 띄워놓고 7개월 후 유엔 사무총장을 마치고 돌아와 국내 정치상황을 살피면서 다음 수순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대선 1년을 남긴 올해 연말이 되면 어찌 됐던 차기 대권을 놓고 정치권의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반 총장 자신이 그 정치권 재편의 핵심축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현재의 여야 구도가 아닌 차기 대권용 진지 구축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는 일종의 ‘꽃놀이 패’인 셈이다. 반 총장이 ‘친박 후보라는 언급’에 “기가 막히다”라며 손사래를 친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반 총장의 ‘제주 발언’으로 인해 2017년 대선 레이스가 일찌감치 달궈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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