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1)
살구나무 (1)
  • 반영호<시인>
  • 승인 2016.05.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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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반영호

비가 온 후 화단에 풀이 수북이 돋아났다. 정작 가꾸고 있는 꽃은 잘 자라지 못하고 잡풀들이 기세등등 세력을 뻗친다.

잡초들은 비단 화단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마당에 보도 불럭이 깔렸는데도 사이사이를 비집고 뿌리를 내려 좌우 골골이 방정하게 돋아있다.

어찌나 단단히 뿌리를 박고 있는지 잘 뽑히지도 않는다. 잡초들은 악조건 속에서 모질게 더욱 강인함을 보인다. 그래서 서민을 잡초에 비유해 민초라 하지 않던가.

그런데 잡초인 듯 풀이 아닌 나무 싹이 소복이 나 있다. 자칫 잡풀 같아 뽑아내려 했다.

가만히 하나를 뽑아보니 아직 씨앗을 뿌리 끝에 달고 있는 살구나무다. 지난해 괴산 소수면 지방도에 가로수로 조성된 살구나무에서 따다 먹고 버린 씨가 발아한 것이다.

여러 묘 중 가장 싹수가 좋은 튼실한 놈을 골라 담장 밑에 이식하였다. 어릴 때 개복상과 함께 따먹던 추억이 서려 있는 새콤달콤한 살구다.

그땐 나무타기를 잘했다. 나무에 올라 감, 배, 대추, 개복상, 살구 등 과일 따는 일 말고도 따가새, 올빼미 새끼를 내리러 꽤 나무를 많이 탔다. 나무 잘 타는 놈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팔, 다리를 여러 번 다쳐 초등학교 1학년을 7개월 밖에 나가지 못하였고, 2학년 땐 5개월 다니고 마쳤었다. 생각해 보면 억수로 개구지고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였다.

나무를 참 좋아한다. 나무 얘기가 나왔으니 나무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어디의 어떤 나무일까. 평소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는 은행나무란다.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경기도 용문사의 은행나무로 알려져 왔다. 헌데 얼마 전 강원도 정선 두위봉에서 발견된 주목이 1400년 정도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최고의 자리를 내 주었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나 했던 이 주목은 삼국통일이라는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울 때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몇 살이나 되었을까.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화이트마운틴에 있는 브리슬콘 소나무라 부르는 나무로 1964년 연구목적으로 나이를 측정했더니 당시 확인된 나이테가 4844개였는데 안쪽이 썩어서 확인하기 어려운 나이테까지 합치면 최소 5,000년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는 어디 무슨 나무일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주로 서식하는 레드우드(redwood)라는 나무가 있다.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500~800년가량 걸리며 대개 2천 년 이상 생존하는 레드우드의 평균높이는 112m 이상이고 직경은 7m 정도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높이 자라는 나무인 레드우드를 지탱해주는 뿌리는 3m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토록 큰 나무를 고작 3m밖에 안 되는 뿌리가 어떻게 붙들고 있는 걸까?

그 이유는 군락(群落)을 이룬 레드우드의 뿌리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드우드가 서식하는 곳은 시속 50km가 넘는 광풍이 수시로 몰아치는 곳이다. 하지만 뿌리와 뿌리가 서로 잡아주기 때문에 거센 바람에도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서 있는 것이다. 심지어 완전히 자란 레드우드는 자신의 가지를 스스로 꺾어, 어린 레드우드들이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터주고 양분을 공급하기까지 한단다. 레드우드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이 자라는 나무라는 명성을 얻은 데는‘연합’이라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이쪽나무와 저쪽 나무가 서로 이리저리 함께 얽히고 설켜 거대한 뿌리 망을 이루고 거센 바람과 광풍을 막아내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명연설을 생각나게 하는 레드우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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