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범일까, 아닐까” 숨죽이는 충북경찰
“동일범일까, 아닐까” 숨죽이는 충북경찰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6.05.26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Y염색체 같다 ”… 수사 집중

피의자 혈족중 범인일 가능성도 높아

미제사건 해결 불구 비난 여론일 듯
충북 경찰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다.

증평 80대 할머니 살인사건의 부실수사로 여론의 혹독한 뭇매를 맞고 있는 터에 용의자가 6년 전 인근 마을에서 발생한 70대 노모 성폭행·방화사건의 동일범일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

미제로 남을뻔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터라 고무적 일만 하다.

하지만 살인사건에서 어처구니없는 수사행태를 보인 탓에 동일범으로 판명 나면 6년 전 사건 수사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보니 숨죽이고 있는 분위기다.

2010년 제대로 된 수사로 사건을 해결했다면 80대 할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을 오롯이 받아야 하는 까닭이다.

80대 할머니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숨진 A씨(80)가 혼자 살고 있는 데다 집 구조가 외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침입할 수 있는데도 경찰은 이를 간과했다.

강력사건 발생 때 외부침입 가능성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기본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피의자 신모씨(58)는 A씨 집 뒤로 침입했다.

더 큰 문제는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직후 경찰은 유족에게 폐쇄회로(CC)TV 메모리카드를 건네받았지만, 아예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에 꼭 쥐고 있다가 “어머니 사망 일자를 알고 싶다”는 아들의 요청을 받고 CCTV를 넘겼다.

CCTV가 범죄해결에 효자 노릇을 하는 덕에 대부분 사건에서 반드시 영상을 확인하는 최근 수사기법과도 동떨어진 셈이다.

졸속처리에 부실수사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대목이다.

지휘라인의 무관심도 질타받고 있다. 0.1% 타살 가능성만이라도 염두에 뒀다면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졌을 텐데 형사팀장, 수사과장, 경찰서장 등 지휘선상의 단 누구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두 사건 용의자의 DNA가 일부 일치(Y염색체·부계)한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으면서 괴산경찰서는 물론 충북지방경찰청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은 “감정 결과 100% 일치하지 않기에 동일범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공식 의견을 내놓고 있다.

Y염색체만 같다는 것은 6년 전 사건의 용의자가 신씨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신씨가 아닐지라도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Y염색체가 같다는 점에서 신씨 아버지, 신씨 아들, 신씨 형제 중 범인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까닭에 경찰 내부에서는 6년 전 사건도 신씨의 소행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동일범이면 미제사건을 털어낼 수 있어 홀가분할법하지만, 80대 할머니 사건의 부실수사 흔적이 남아있어 정작 미소 지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 경찰 간부는 “80대 살인사건에서 CCTV만 확인했어도 미제사건까지 해결하는 수훈을 쌓게 된 것”이라면서 “동일범으로 판명 나면 6년 전 사건의 경찰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를 게 뻔하다”고 전했다.

/조준영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