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선생님!
따뜻한 마음 선생님!
  • 정재신 기자
  • 승인 2016.05.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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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주최 아산지사 주관 제4회 스승존경 글짓기 대회 대상작

장해라<신창중학교 2학년>
▲ 장해라<신창중학교 2학년>

“선생님은 시크하고 차갑다고 해야 될까? 너희들이 샘한테 하는 행동이 곧 내가 너희한테 하는 행동이야. 알겠니?”

네모난 안경과 둥그런 얼굴, 키가 아담하신 담임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따뜻하면서 인자하신 분이 오실 거라 생각했는데, 날카롭게 생기시고 게다가 본인 말로 자신이 차갑다고 말하시는 분이었다.

교실에서는 실망한 티를 내지 않았지만 6학년이 된 첫 날, 집에 오자마자 부모님께 한 숨을 내뱉으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당연히 가까워질 리가 없었다.

그렇게 1학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새 친구에게 신경을 쓰게 되면서 친했던 친구와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변했다며 전과 다르게 무뚝뚝하게 말하는 친구. 우리가 멀어진 것이 모두 다 내 탓인 양 하는 모습이 너무 미웠고 허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친구 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나를 언제나 지켜보고 계셨던 모양이다.

방과 후에 날 불러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첫 만남 때의 차가운 모습이 아니었다. 따뜻한 목소리, 내 고민을 이해하시고 고민해주실 것 같았다. 방과 후의 시끌벅적한 친구들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그동안 내가 고민했던 일들을 선생님께 털어놓으며 엉엉 울어버렸다. 친구들에게 울보라 놀림 당하기 싫어, 장난기 많은 남자애들이 나를 때려도, 선생님께 혼이 나도, 매번 울음을 꾹 참던 나였다.

하지만 선생님 앞에서는 이상하게도 참아왔던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시원하면서 동시에 무엇인가 꽉 막혔던 게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끊이질 않고 쏟아지는 눈물, 선생님은 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선생님께서 천천히 말씀하셨다.

“해라야, 선생님한테도 정말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친구는 떠나고 없었어. 처음 겪는 일이라 많이 힘들었는데 그땐 이렇게 같이 고민해주시는 분도 없었어. 혼자 해결해 나가야 했지. 겪어 보니 알게 됐어. 바람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힘들었던 일들이 나중에 생각해보니 별거 아닌 일이 되어 버린 거야. 그 때 왜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하고 추억하게 되는 거 있지?”

선생님은 먼 곳을 응시하고 계셨다. 학창 시절을 회상하시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내 손을 꼭 잡으시며 말씀하셨다.

“해라가 지금 겪는 일들을 바람이 불다 그치는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는 일이라고 생각해 봐.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한번쯤은 거쳐 가야 할 바람,

그렇다고 그 바람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지혜롭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해. 친구에게 대화를 청해서 오해를 풀어보는 것이 어떻겠니?”

선생님의 다정한 말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은 나는 멀어진 친구와 쌓인 오해와 서운함을 대화로 풀었고, 다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께 내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더라면 다시 친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선생님의 털털한 성격, 넓은 마음 그리고 귀여우신 면도 있어 나를 포함한 우리 반 친구들은 선생님의 매력에 퐁당 빠지게 되었다. 반을 위해 선생님만의 ‘진실게임’을 만들어 친구들과의 쌓인 오해를 푸는 자리도 마련해주셨다.

또, 먹을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우리 반을 위해 건빵과 따끈한 율무차도 종종 주셨다. 처음엔 날카롭고 차가우실거란 생각에 쉽게 다가가질 않았지만, 선생님은 친구 한명 한명을 세심하게 살펴보시는 따뜻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진정한 스승이란 이런거야!’를 말로 설명하지 않고 몸으로 마음으로 충분히 보여주는 분이셨다.

점심을 먹고 와도 왜 그리 배가 고픈지, 배가 고프다고 선생님께 애교를 부리면 바삭한 건빵을 망설임 없이 주시고, 언제나 우리를 미소로 마치 딸과 아들처럼 감싸주셨던 이영실 선생님. 초등학고 졸업 후 적응을 못해 많이 힘들어 찾아갔을 때다.

변함없이 언제나처럼 고민을 들어 주시며 내 손을 잡아 주셨던 따뜻한 손길, 그 손길과 선생님의 목소리를 지금까지도 나는 잊지 못한다.

나도 선생님처럼 언제나 마음을 열어 손을 잡아 주던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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