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災 이야기
三災 이야기
  • 박경일 (명리학연구가)
  • 승인 2016.05.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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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로 보는 세상이야기
▲ 박경일 (명리학연구가)

호랑이 인(寅), 말 오(午), 개 술(戌)띠가 올해부터 삼재(三災)란다. 병신년(丙申年)으로 시작되는 2016년부터 신년(申年)-유년(酉年)-술년(戌年) 삼 년 동안 해당 띠로 태어난 사람들이 질병과 재난을 겪는다는 것이다. 호랑이, 말, 개띠는 원숭이(申)-닭(酉)-개(戌)의 해로 이어지는 삼 년과 무슨 상관이기에 삼재일까.

열두 가지 동물 십이지지는 맡은 소명에 따라 세 마리씩 짝을 이룬다. 12지지가 3마리씩 짝을 이루면 네 개의 그룹이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봄여름가을겨울이며 그들의 소임은 계절의 부흥과 몰락을 운용하는 것이다. 그중에 호랑이와 말과 개는 여름의 운동을 담당하는데 달리 말하면 여름이 생장하고 소멸하는 곳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여름은 호랑이 인(寅)으로부터 시작하여 말 오(午)에서 부흥을 맞이한다. 강렬하던 여름 왕국도 원숭이 신(申)의 시기를 만나면 쇠퇴하여 병이 든다. 결국, 닭 유(酉)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름은 개 술(戌)에서 묘지에 묻힌다. 물론 여름의 성쇠(盛衰)를 의인화한 표현이다. 여름 화기(火氣)가 신(申)-유(酉)-술(戌) 시기에 병들고 죽음에 이르러 묘지에 묻히니 여름을 운용하는 세 가지 띠(호랑이, 말, 개)가 고난을 당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삼재의 이론적 배경이다.

여름의 시작은 봄에서 오는데 바로 호랑이 인(寅)이다. 옛날이야기에서 닭이 울고 귀신이 물러가는 시간. 그리고 입춘(立春)으로 시작되는 인월(寅月)이다. 봄은 여름의 발화점인 셈이다. 여름은 말 오(午)에 절정을 이룬다. 하루 중 오시(午時)가 되면 태양은 높고 그림자는 가장 짧다. 만물을 비추는 태양이 높이 떠서 멀리 퍼지므로 그 빠른 속도를 말(馬)에 비유했다. 해가 떠서 가장 밝을 때가 오시라면 오월은 가장 뜨거운 여름의 중흥기다.

기세 좋던 여름도 원숭이 신(申)의 시기를 만나면 병(病)이 든다. 원숭이 신(申)은 태양의 기세가 꺾이는 초저녁을 뜻하고 입추 이후의 초가을을 말한다. 신(申)에서 병(病)든 여름은 닭 유(酉)에 들어와 죽음을 맞이한다. 닭 유(酉)는 노을지는 저녁이며 추석이 있는 가을의 중턱이다. 수명이 다한 여름은 술(戌)을 만나 묘지에 묻힌다. 해를 가두어 어둠을 부르는 시간이고 여름을 숨겨 겨울로부터 양기를 보호하는 계절이다.

이처럼 음과 양이 상대적 흥망성쇠를 이루며 하루를 만들고 여름과 겨울이 오가며 한 해의 계절을 이룬다.

띠란 것은 사주팔자 여덟 글자 중에 태어난 해(年)의 지지(地支) 한 글자를 얘기한다. 사주팔자 여덟 글자로도 사람의 운명을 명확히 논하기가 어려운데, 띠 하나를 놓고 재수 없게 삼재를 이야기하는 것은 헛소리다. 열두 가지 띠 중에 세 가지면 4분의 1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5%가 삼 년 동안 온갖 재난을 당하려면 전쟁이 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런 전쟁 같은 상황이 매 삼 년마다 세 가지 띠를 제물로 삼아 쳇바퀴 돌듯 영원토록 돌아가는 것이 삼재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디 목숨을 부지하고 살 수 있겠나! 그럼에도 삼재이야기가 널리 퍼져 유지되는 것은 두려움을 이용한 상술 때문이 아닐까. 삼재라고 하는 넓은 그물을 펼치면 본인이나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명리학에서 삼재는 해석의 도구로 삼지 않는다. 띠와 관계된 오행이 쇠하면 재앙이 미친다는 확대해석이 지나치기 때문이다. 만일 가벼운 질병이나 경미한 사고, 소량의 재물 손실, 다툼 등을 삼재에서 말하는 재난으로 본다면 그것은 삼재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 늘 있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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