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엄마와 초입병을 앓는 딸
이기적인 엄마와 초입병을 앓는 딸
  • 조은옥<청주시 상당구 주무관>
  • 승인 2016.05.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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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조은옥<청주시 상당구 주무관>

아이에게 ‘엄마 왜 이렇게 예쁘게 입고 출근해?’라는 기분 좋은 소리를 들으며 첫 출근 하던 날을 나는 몇 개월 지난 지금도 기억한다. 일을 더 잘하려고 애쓰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애 엄마라는 이유로 동료에게 피해주지 말자는 마음으로 근무했고, 그러다 보니 아이는 친정 부모님이 전적으로 돌봐주셔서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그렇게 4개월가량의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됐으며 내 아이는 초등학교를 입학했다. 하교 후에는 학원으로만 아이를 돌리게 됐다. 그런데 초등학교입학하고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아이가 무섭다고 울고불고하더니,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엄마들처럼 자기 좀 데리러 와 달라고 요구한다. 전화해서 울고 하는 횟수가 늘다 보니 미안한 마음에 종종 아이의 전화를 이어폰을 끼고 받곤 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 생활을 줄곧 하던 친구들과 초등학교를 입학하기에 어린이집 연장 선상의 학교생활로 생각하고 걱정조차 하지 않았는데, 무지한 엄마의 자만이자 오만이었다.

아동이 취학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부모에게 떨어지면 불안이 심해져 장애를 초래하는 분리불안장애가 가장 흔하고, 취학아동의 5% 정도가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심하면 수면장애, 복통, 구토, 어지럼증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초등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선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 과정을 잘 이해하고 규칙을 몸에 배게 하려고 다그치거나 압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응 과정 동안 겪는 실수와 작은 문제는 기다려주되 아이의 독립적인 작은 성취에 대해서도 기특해하고 격려해 주면 도움이 된다. 적응 과정 동안 실수와 자잘한 문제들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게 옆에서 기다려주며 단체 생활에 필요한 인내와 희생, 배려를 소중하게 여겨줘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왕자님, 공주님 대접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그렇지 못하고 이러한 심적인 과정을 겪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바로 곁에 있어줘야 하는 존재가 바로 엄마라고 한다. 누군가 본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줬으면 하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크게 위로와 위안이 되고, 사회의 첫걸음을 잘 디뎌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준비할 때까지,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친구관계나 학교생활은 어떠한지 항상 관심을 두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나는 내가 책을 보면 아이가 자연스레 책을 볼 거로 생각했고,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이해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내 아이는 말 그대로 아이였다. 도와는 줄 수 있지만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초입병(초등학교 입학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병)을 호되게 앓는 것이다.

나는 아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의 아이를 보면 과연,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야 했었나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오늘은 일찍 가서 아이와 학교생활에 대해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워야겠다. 이제야 이런 마음이 들면서도 일이 하고 싶은 나는 이기적인 엄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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