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이대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5.23 20:2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계약 기간이 1년이길 천만다행이다.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대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활약 중인 이대호가 주말에 또 낭보를 전했다.

3대 0으로 끌려가면서 패색이 짙던 팀이 가까스로 동점까지 따라붙은 7회 초 2사 후에 대타로 타석에 등장한 그는 천금 같은 2타점 결승타를 날렸다. 상대는 신시내티의 특급 마무리 투수인 토니 싱그라니였다. 신시내티 홈팬들을 일순간 얼어붙게 한 짜릿한 일격이었다.

이어 9회 초 다음 타석에 등장한 그는 이번엔 보란 듯 솔로포를 날렸다. 좌완엔 밀어서 치고, 우완엔 당겨서 담장을 넘기는 배트 기술에 적장도 놀랐다. 신시내티의 브라이언 프라이스 감독은 “우리 투수는 잘 던졌다. 그러나 잘 때린 것”이라며 이대호의 타격 기술을 인정했다.

타율 0.273 대 0.227. 이대호와 팀 내 경쟁자인 애덤 린드의 이날까지의 타격 성적표다. 홈런은 이대호가 6개를 칠 때 린드는 3개밖에 치지 못했다. 타점도 11대 12로 불과 1개 차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린드가 110타수나 기회를 얻은 것에 비해 딱 절반인 55타수밖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정된 기회에서도 이대호의 팀 기여도가 린드보다 앞서고 있다. 지난달 14일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끝내기 2점 홈런. 5일의 역전 홈런 포함 연타석 홈런과 11일 3대2 상황에서 날린 3점 쐐기포 등 활약은 팬들의 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시즌을 끝낸 이대호는 곧바로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그리고 2월 초에 시애틀 매리너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풀타임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입단 계약을 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신분으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뒤 실력을 인정받으면 비로소 메이저리그 선수로 등록시켜주겠다는 ‘굴욕적인’ 계약이었다. 한일 야구를 평정한 이대호였기에 팬들마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장받은 연봉도 형편없었다. 1년 400만 달러라고 알려졌으나 실제 확실하게 보장받은 연봉은 100만 달러(그것도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을 때)에 불과했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인센티브로 받게 됐다. 일정 타석 이상 들어섰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여도를 충족했을 때나 받을 수 있는 ‘기약없는’ 연봉 계약 조건이었다.

이대호가 1개월여 뒤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25인 로스터에 진입하자 미국 지역 신문이 그의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를 전했다. 세 살 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성장하면서 야구를 포기하지 않은 일 등을 전하며 그가 앞으로 더 보여줄 멋진 이야기가 있으리라 예측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그 기자의 예측은 현실이 된 분위기다. 벌써 현지 팬들은 팀 기여도가 최고인 이대호를 당장 붙박이 1루수로 써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며 감독을 압박하고 있다.

이대호는 올해 초 친정 팀 소프트뱅크가 제시한 3년 18억엔(183억 원)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부와 일본 최고 대우라는 명예가 보장된 안정된 자리를 마다하고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메이저리그 팬들을 사로잡은 이대호. 지금 같은 상승세라면 내년 대박 연봉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선의4번타자 2016-05-24 02:34:16
우리 돼호는 걱정을 안한다.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걱정, 돼호 걱정.
한일 야구판을 평정하고 메쟈리그는 덤으로 즐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