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면역결핍증
도덕성 면역결핍증
  • 이창옥<수필가>
  • 승인 2016.05.23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 이창옥

가게 문이 열려 있음에도 아랑곳없다. 버젓이 보란 듯 가게 앞에 주차해서 출입구를 막아버린다. 한두 번이 아니다. 처음에는 달리 주차할 곳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잠시 볼일보고 가겠거니 나도 운전을 하는 사람이니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그들의 행태를 관찰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매번 그들은 주차할 곳이 여러 군데 있음에도 몇 걸음 덜 걷겠다고 영업장소 출입구 앞에 주차하는 것이다.

배달 오토바이가 다녀 위험하니 주차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면 금방 가겠단다. 그런데 그들의 금방이란 시계는 한결같이 느리기만 하다. 그뿐이 아니다. 길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매장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해서 삼거리인 가게 앞 도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다. 한참을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어도 별로 미안한 기색도 없다. 문득 그들이 세상을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도덕성이 결여된 ‘도덕성 면역결핍증’ 환자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기심이란 항체로 무장한 그들에게 사회 구성원으로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와 도덕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정말 안타까운 일은 그들이 타고 온 차 안에는 아이들도 함께 타고 있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옆 가게는 유기농 전문 매장이다. 많은 사람이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좋은 먹거리를 찾아 챙겨 먹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병(病)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강하다는 증거다.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각종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항체가 잘 형성되어 있다는 또 다른 의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면역력을 높이는 먹거리와 운동, 그것도 부족하다 싶으면 건강 보조식품까지 챙겨 먹으며 면역력을 키우려 노력을 한다. 그런데 몸은 건강하지만 정신이 병들어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사회는 도덕성 면역결핍증 환자들로 넘쳐나는 세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나만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나만을 위해 세상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최우선이고 내가 최고여야 욕구가 풀리나 보다. 그런 이들에게 공존을 위한 배려나 최소한의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모한 바람이 되었다. 발달심리학 교수의 한 실험에서 도덕성의 지수가 아이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성이 높은 아이일수록 자제력과 집중력이 높게 나오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다고 한다. 반면 도덕성이 낮은 아이일수록 집중력이 낮았으며 쉽게 좌절하고 공격적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 높은 아이일수록 자존감이 높다는 것이다.

도덕은 연습이라고 했다. 연습이 되지 않으면 도덕적 행동을 할 수가 없다. 버젓이 아이를 차에 태워 놓고도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태연하게 볼일을 보는 부모의 비도덕성과 이기심을 아이는 그대로 답습할 것이다. 그렇게 도덕성 면역결핍증 환자로 성장한 아이가 훗날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가해자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오늘은 그들의 뒤통수에 대고 손가락질하는 내 마음 어딘가에도 이기심이란 항체가 자라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