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다 쫓아라
두 마리 토끼 다 쫓아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6.05.22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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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 청주 경유 문제를 놓고 청주시와 충북도의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도가 도민 대토론회를 제안하자 청주시가 공동 연구용역을 역제안했다.

도가 제안한 도민 대토론회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대토론회를 여론전 일부로 보고 맞대응할 수도 있다며 엄포도 놓았다.

청주시의 ‘마이웨이’ 선언으로 도민 대토론회는 ‘반쪽짜리’ 토론회가 될 공산이 커졌다. 현재로선 타협의 여지마저 없어 보인다.

시장과 도지사 각자의 위치에서 보면 모두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은 시 발전을 위한 선택을 했고 도지사는 도 발전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청주 발전론’과 ‘충북 발전론’이 충돌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청주시가 결정을 하기에 앞서 도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도가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올인’하면서 그동안 들여온 공을 생각하면 말이다.

시와 도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이 청주를 경유하게 되면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영향을 미치느냐다. 도는 영향이 있다는 주장이고 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도는 청주 일부 지역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청주 경유보다는 충북발전을 위해서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래서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충북과 가까워지면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의 걸림돌인 경제성 타당성(B/C)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어 청주시의 요구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시는 노선의 선형 일부를 변경하더라도 중부고속도로 확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고속도로의 시작점이 구리시로 같고 어느 고속도로를 이용하느냐는 운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어차피 중부고속도로 교통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의 B/C가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청주 경유로 노선변경이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논쟁은 자당 소속 단체장을 정치권에서 지원사격하고 나서면서 지역의 이슈가 됐다. 새누리당은 이시종 지사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고 더민주는 전 도지사였던 정우택 의원을 걸고넘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두 자치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대동맥’으로 불리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이 늦춰지면 중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음성, 진천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자칫 도내 중부권 자치단체들이 집단 반발할 소지도 있다.

여기에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첫 목소리를 냈다. 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본부가 민·관·정 공조협력 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파나 지역을 초월한 역량결집에 협조하지 않거나 저해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경고도 했다.

도가 제안한 토론회에 시가 불참하겠다고 해 타당성을 따져보겠다는 도의 취지에도 흠집이 나게 됐다. 시가 납득할 만한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토론회를 제안한 도의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두 지자체의 입장에 간격이 커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의견차를 좁힐 현실적인 방법은 없어 보인다. 각자 제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길밖에 없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면 지역민의 의지를 모으지 못한 책임이 나중에 표로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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