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돌아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 이영숙<시인>
  • 승인 2016.05.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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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 이영숙

요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비롯해서 부모 또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가족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가장 부재, 아버지 부재이던 가정에서 소파를 벗어난 아버지들의 동선이 긴 그림자로 이어진다. 가정으로 돌아오는 아버지들 때문에 식탁이 살아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덩달아 인기를 얻는 중이다.

전통 가정에서는 여성 혼자 육아를 담당하면서 가정 살림과 육아 문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자리 바꾸기, 역할 바꾸기를 통해서 상대편의 입장을 알아가며 이해하려는 모습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권 신장으로 사회 참여와 함께 맞벌이 시대의 영향도 있지만 건강한 가족형태로 변화하는 추세이니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제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아빠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아내를 대신하여 육아 휴직하는 남편들도 늘고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관하는 아버지들의 모습도 절반에 가깝다. 아이의 습관이나 성향까지 꿰뚫고 전화 상담을 요청하는 아빠들도 있으니 놀라운 변모이다.

연초부터 아동학대와 패륜 문제로 사회를 놀라게 했던 많은 일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쓰는 언어와 행동으로 가정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이니 가정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 크다. 별다른 교육과정 없이도 자연스럽게 대물림하는 가정환경문화, 가정은 사회로 나가기 전의 기초교육장이다. 기초단계의 토대가 허술하면 제도권 내의 학교 교육도 어렵다.

아버지=술, 회사·어머니=살림과 육아, 집이라는 기존 공식이 무너지고 전통사회를 규정하던 평가들이 수정되면서 아이들의 가치관도 액체로 흐르고 있다. 밖으로 향했던 가장들이 집안으로 들어와 수평으로 흐르면서 사회 현상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그러한 흐름 가운데 아이들도 창조융합형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사랑받는 아이, 인정받는 아이로 잘 성장하려면 가정 내에서의 일차적 사랑과 관계형성이 잘 돼야 한다. 요즘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이 남도 사랑할 줄 알고 사고도 긍정적이다.

학부모 참관 수업에 참여하는 아버지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가장들의 비중이 점점 늘면서 사회 풍조도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빠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 서점에서 아빠와 함께 책을 고르는 아이들, 그 현상만큼 건강한 무릎 교육은 없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마이 베이비’ 같은 유아 프로그램의 진행 시간대가 주말이고 골드 타임인 걸 보면 선진국형 가족문화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 같아 매우 긍정적이다. 인간은 각 발달 시기마다 채워야 할 부분이 있다. 시기를 놓치면 틈이 생기고 그 틈이 황소구멍으로 작용하여 인성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정으로 돌아오는 아버지들, 가정의 고답한 경계가 사라지면서 다양성을 갖춘 긍정적인 아이들이 생겨난다. 거목은 토양에서 시작한다. 좋은 토양에 내린 씨앗이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우람한 나무로 자라듯, 가정 또한 올바른 인성을 뿌리내릴 기초 교육의 일 단계 현장이다. 아이에게 최초의 스승은 부모이며 사회는 가정이기 때문이다. 대각선의 구도 속에서 밝고 건강한 정신으로 잘 자란 아이들, 그 아이들이 만들어 갈 수평세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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