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공동체헌장’ 제정하라
`충북교육공동체헌장’ 제정하라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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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충북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공동체헌장’ 제정이 반대 단체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서울, 경기도, 광주 등의 교육청에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와는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헌장임에도 불구하고 전국단위의 보수, 종교단체들까지 청주에 집결하여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조직적이고 인원동원능력도 상당한 듯하다. 또 유력한 중앙일간지에 ‘충북교육감은 교육공동체권리헌장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십시오!’라는 전면광고를 버젓이 싣는 것을 보면 재정능력도 상당해 보인다.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이 이런 보수, 종교단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0여개의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이 모여 학생인권조례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도민 1만6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안을 제출했었다. 그러나 충북교육청 법제심의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각하하였고, 청주지방법원도 각하처분을 내려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좌초됐다. 김병우 교육감은 당시에 충북학생인권조례운동본부 상임대표였다. 그가 도민의 선택을 받아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에 많은 도민들은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기대했다. 김병우 교육감의 공약사항이기도 했거니와 그의 교육철학을 고스란히 담아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을 지지해주었던 도민들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충북학생인권조례’를 포기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충북교육공동체헌장’ 제정을 추진하겠다는데도 반대단체들은 마치 충북교육이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은 전문 11개 조항과 실천규약 3장 32조로 이뤄져있다. 실천규약은 학생의 권리와 책임,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 교직원의 권리와 책임으로 나뉘어 있는데 반대단체들은 학생과 교직원의 권리와 책임 전 조항에 걸쳐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이렇다. 첫째, 사회주의적인 공동체의식과 국가건립을 획책하고 국가정체성과 가치관을 혼란시킨다. 둘째, 학생 인권이 향상되면 교권이 추락한다. 셋째, 특정 정치세력의 강령을 교육시키는 수단이다. 넷째, 동성애 조장과 미혼모를 확산 한다. 다섯째, 학교 내 시위를 조장 한다 등등이다. 그러면서 프랑스 68혁명 식의 학생권리 개념에 반대한다, 마르크스주의에 근거한 유럽식 사회주의 교육에 반대 한다는 둥 논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설득력 없는 수사들을 늘어놓고 있다.

그들의 반대 논리는 일일이 대꾸하기도 부끄러운 내용들이다. ‘학생은 부당한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동성애 조장으로 해석하고, ‘학생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권리’를 무분별한 시위와 집회로 읽어내고, ‘개성을 실현할 권리’나 ‘폭력으로 보호받을 권리’등의 학생 인권조항을 교권의 추락이라고 주장하고,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조항을 종교탄압으로 해석하는 그들의 논리를 일일이 반박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 같다. 만약 그들의 주장이 옳다면 교육공동체헌장보다 훨씬 강력한 학생인권조례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서울과 경기도, 광주 등은 교육이 망했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에 동성애자나 미혼모 학생들이 늘어나고, 학생들의 시위와 집회로 학교는 난장판이 되고, 교권이 떨어져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성의 해방과 사회주의 물결이 온 사회에 넘쳐나야 할 것 아닌가?

우리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말 한다. 그러나 교육이 받는 대접은 백년대계와는 거리가 멀다. 눈앞에 닥친 경제논리와 체제논리에 밀려 주변부로 전락했다. 천민자본주의의 득세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덩달아 교육의 양극화도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다. 학교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기는커녕 입시의 장으로 전락한지 오래고, 아이들은 입시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학교를 진정한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은 학생인권조례나 교육공동체헌장에 담긴 정신이다. 그리고 이것을 실천에 옮기는 각고의 노력만이 교육을 다시 살리는 길이다.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은 충북교육을 살리는 작은 불씨다. 이 불씨를 잘 키워내는 일이 김병우 교육감이 할 일이다. 그것이 충북 최초로 진보교육감을 선택한 도민들의 뜻을 받드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찬반논쟁으로 힘들고 어렵더라도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을 제정하고 그 교육정신을 실천하여 충북교육을 바로 세워 가려는 긴 호흡의 의지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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