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신앙인
냉장고 신앙인
  • 김성일<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6.05.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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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김성일

갑작스레 먼 곳에서 친한 지인이 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침 점심 시간이 되어가고 있어 지역적 특성상 시골인지라 식사하러 나가기엔 시간이 걸릴까 싶어 뭐 식사거리가 없나 냉장고를 열어보았습니다. 냉장고를 열어 안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많은 먹거리 재료들이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갈치와 어떤 고기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고깃덩어리 냉동되어 있는 조개류와 이런저런 냉동식품과 먹거리 재료들이 한가득 보였습니다.

냉장실에도 두부를 비롯해서 계란과 더불어 이런저런 많은 먹거리 재료들이 보였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실로 엄청나게 많은 먹거리 재료들이 있었습니다. 집안에 먹을 것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한 지인과 함께 요리를 해먹은 것은 바로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라면이었습니다. 에구구~

냉장고를 살펴보며 우리의 믿음이 바로 냉장고 믿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냉장고 믿음~ 이것이 오늘날 우리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부끄럽고 안타까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먹거리의 재료가 가득 차 있는 냉장고를 열어보며 우리는 늘 먹을 것이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흡사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을 열어보며 입을 옷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모르고 진리와 생명의 말씀을 모른다기보다는 그것들을 삶 속의 현장에서 요리할 줄 모르고 또 요리하는 그 수고로움과 번거로움 때문에 요리를 포기하는 결국 믿음의 냉장고 속에 하나하나 채워 놓고 또 채워놓아서 믿음의 냉장고 속에 있는 그 진리들은 유통기한이 언제인지도 모른 체 냉장고 안의 꽁꽁 얼어붙은 돌덩이 같은 믿음의 재료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리는 수고가 따르는 정성입니다. 요리는 손맛이라는 말 역시 사랑의 수고를 의미하는 말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 믿음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지식과 이런저런 방대한 믿음의 재료들이 아니라 믿음의 냉장고 속에 가득 채워 넣어두었던 재료들을 꺼내어 수고스럽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요리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제 믿음의 요리를 배울 때입니다. 가만 보고 듣고 하여 얻어지는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움직여 봉사하고 의를 행하며 용납하고 선대하고 용서하며 사랑하는 그 삶의 모습을 배울 때입니다.

음식은 손맛이듯이 믿음은 행함인 것입니다. 냉장고를 더 사놓을 것이 아니라 열심히 요리를 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도 사랑을 가득 담아 믿음의 요리를 잘해서 맛난 것을 함께 나누는 행복한 날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오.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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